[장세영의 서울 숨은그림찾기] 북악산에서 시작돼 흐르는 '백사실계곡'

입력 2014-09-0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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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사이로 흐르는 백사실계곡

수성동 계곡에 이어 이번엔 백사실 계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성동계곡과 백사실 계곡은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문화사적이면서 자연환경이 잘 어우러진 우수한 자연생태 지역이다.

특히 두 곳 모두 1급수 지표종인 도룡뇽을 비롯해 개구리, 버들치, 가재 등 다양한 생물체가 서식하고 있다. 수성동 계곡은 아담하면서 아기자기한 여성적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백사실 계곡은 서울의 주산 북악산 깊은 숲속에서 시작돼 거친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남성적 면모를 보이는 게 다른 점이다.

▲백사실계곡에는 1급수 지표종인 도룡뇽을 비롯해 개구리, 버들치, 가재 등 다양한 생물체가 서식하고 있다.

가을을 맞이한다는 절기 처서인 지난 23일 북악산 자락에서 시작해 홍제천으로 흐르는 백사실 계곡을 찾았다.

백사실 계곡을 즐길 수 있는 코스는 다양하다. 그중 선택한 코스는 세검정에서 물줄기를 따라 올라 현통사를 통해 진입하는 산책로다. 최근 곳곳에 집중호우로 많은 비가 내린 후라 맑고 청량한 계곡물이 콸콸 흐르고 있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세검정 앞 백사실계곡 하류

▲백사실계곡 하류에서 오리들이 여유롭게 헤엄을 치고 있다.

계곡으로 진입하는 언덕길은 다소 가팔랐다. 언덕길을 조금 더 오르니 잔잔히 흐르는 하류와는 달리 계곡 물소리가 거칠어졌다. 언덕과 계곡 사이에는 자그마한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시간이 멈춘 듯 옛 정취를 풍기고 있었다. 10분쯤 오르자 현통사라는 조그만 절 옆으로 시원한 계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지는 순간이다.

▲계곡 사이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

▲작은폭포처럼 흐르는 현통사 앞 백사실계곡

지금부터는 자연휴양림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느티나무와 산벚나무, 상수리나무, 소나무, 아카시아나무 등 다양한 나무종이 분포돼 있고 그 휴양림 속 청량한 바람소리와 지지배배 정겨운 새소리는 산책하는 이를 즐겁게 한다.

▲울창한 숲 속 백사실계곡

백사실 계곡의 중심부에는 백석동천이 자리 잡고 있다. 백석동천은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이항복의 별채로 알려져 있다. 백사실 계곡 이름 또한 오성 이항복 호인 백사(白沙)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확하진 않다. 현재는 연못과 육각정의 초석 그리고 사랑채의 돌계단과 초석이 잘 보존돼 있다. 이곳에 잠시 앉자 쉬면서 옛 울창한 숲 안에 들어선 별서 건물과 연꽃이 만발했을 연못, 못가의 정자와 물소리 자욱한 청정 계류의 경치를 상상하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이항복의 별채 자리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이항복의 별채 자리 연못

▲시민들이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골짜기 위쪽 바위엔 ‘백석동천’ 글씨가 쓰여 있다. ‘동천’이란 ‘신선이 살 만한 경치 좋은 산골짜기’를 뜻한다. 이런 아름다운 청정 생태계곡이 한때 일부 언론에서 물놀이 피서지나 유원지 식으로 소개한 탓에 자연 파괴의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곳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물놀이·취사는 물론 물가에서 음식물을 먹는 행위도 금지된 곳이다. 지금은 종로구의 홍보와 시설물 설치로 서울 도심의 청정 생태계곡의 위상을 되찾은 듯하다.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된 아름다운 곳을 오래 즐기기 위해선 지킬 건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종로구가 설치한 환경보호 시설물

가을 향기가 가슴 깊이 내려앉는 이때 백사실 계곡을 산책하거나 부암동의 멋스런 카페를 찾아 향내 짙은 차 한잔 하면 어떨까. 내친김에 북악산을 등산하며 가을을 맞이하면 참으로 즐겁겠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부암동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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