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R&D

입력 2014-08-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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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자동차 관리용품 전문업체인 불스원은 1990년대 말 연료첨가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탄소 저감기술이 주목을 받고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연료첨가제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연료첨가제의 기능과 효과를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료첨가제는 자동차 엔진 안에 있는 불완전 연소 물질을 제거해서 출력과 연비를 향상시켜주는 제품인데, 성능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보니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었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회사가 선택한 방법은 제품의 기술력을 공인받는 것이었다. 한국 자동차부품연구원과 미국 인증기관 인터텍, 독일 인증기관 TUV, 그리고 중국 환경과학조사연구원(CARE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내외 공인시험기관에서 100회 이상 공식 성능 테스트를 실시했다. 다수의 실험 결과들은 제품의 우수한 탄소 저감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불스원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1년 11월에 자동차 연료첨가제 업계 최초로 정부의 녹색기술 인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불스원은 녹색기술 인증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이 사실을 제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인증을 취득한 다음해인 2012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30% 늘어났으며, 이듬해인 2013년에는 10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녹색기술을 활용한 제품의 매출이 전체 기업 매출의 25%를 넘어서면서 2012년에는 녹색전문기업 확인까지 업계 최초로 취득했다. 뿐만 아니다. 녹색인증을 받은 기업에 제공하는 병역특례지원 혜택을 활용하여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전문 연구원도 편하게 충원할 수 있었다. 현재는 먹어도 무방한 에탄올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워셔액 개발을 추진하여 올해 말 추가로 녹색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불스원은 녹색인증 제도를 십분 활용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제고하여 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친환경 기술개발을 ‘비용’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기업 가치를 더하는 ‘투자’로 인식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자동차 관리용품 및 연료첨가제 시장은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비교적 저평가돼 왔는데, 이 분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제고시킨 점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중소·중견기업이 녹색 기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나아가 시장의 파이를 늘려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녹색인증제도는 산업의 녹색화와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만든 제도다. 산업부와 환경부, 농림부, 국토부 등 8개 부처는 2010년 4월 신재생에너지, 탄소 저감, 첨단 수자원, 그린 IT, 그린차량-선박, 첨단 그린 주택-도시, 신소재, 청정생산, 친환경농식품, 환경보호 및 보전 등 총 10대 분야를 녹색기술 분야로 지정하여 녹색인증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어느덧 시행 5년째를 맞은 녹색인증제도는 녹색 기술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를 제고하고, 산업구조가 친환경·고효율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녹색인증제 실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2014년 7월 말 현재까지 총 2207건의 녹색인증을 발급했다. 인증의 종류는 기술인증, 제품인증, 사업인증, 기업인증 등 총 4가지 분야로 나뉘는데, 이 중 녹색제품인증의 경우 다른 인증에 비해 제일 나중에 생겼지만 제품의 판로 확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있어서 기업들의 호응이 큰 편이다.

녹색기술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녹색인증을 통해 기업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킨 불스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녹색 R&D는 제품의 디테일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한 조각 퍼즐이 될 수도 있다. 녹색 R&D가 가져올 소중한 가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녹색기술 개발에 매진할 기업들이 앞으로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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