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증권가 잔혹사]“인건비 아껴라” 겸업하는 애널리스트 급증

입력 2014-07-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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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조선+건설’ 등 감원으로 빈 섹터 묶어 관리

“돈이 없어서 그래요. 칼국수 밀가루를 반죽하다 보면 구멍이 날 때가 있어요. 밀가루 반죽이 충분할 때는 새 반죽을 붙여 구멍을 메우지만, 반죽이 없으면 옆에 있는 반죽으로 채우지 않나요? 그런 거라고 보면 되요.”

리서치센터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한 애널리스트가 두 개 이상의 업종을 담당하는 경우가 속속 늘어나고 있는 것. 업계 당사자들은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불황 때문에 돈이 없어서’라고 잘라 말한다.

국내 증권사 17개 리서치센터의 섹터 구분을 살펴보면 올 들어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업종을 담당하는 경우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신한금융투자, KTB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유진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있다. 금융업종과 그룹 지주사 분석을 함께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생겨났다. 최근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들의 담당 업종에도 그 영향이 미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A증권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사람이 나가면서 비어 버린 섹터를 충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종 담당자가 맡게 된 것”이라며 “주로 증권사마다 금융, 지주, 건설 쪽이 많이 겹치는데, 장기 침체 중인 업종을 묶어 관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하는 분이 지주 섹터를 같이 하는 것은 흔하고, 철강 담당자가 건설까지 분석하거나 채권 담당자가 퀀트를 같이 하는 경우도 생겼다. 모 대형사도 지주 담당자가 건설을 새로 맡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증권사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를 보면 ‘금융+지주’, ‘건설+조선’ 등을 함께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늘었다. 건설과 조선업은 불황에 빠진 지 오래됐고, 금융업종은 지난 2008년 이후 업종주가가 급격하게 오른 뒤 2009년 9월 최고가 571.06을 찍고 완만한 하락세다. 애널리스트들은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경제도 침체된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B증권사 관계자는 “매각 이슈와 구조조정이 겹쳐 리서치 인원만 30%나 감축된 증권사도 있다”며 “올해 구조조정이 있었고 증시가 계속 침체되면서 리서치센터 역시 2개 이상의 업종을 분석하는 형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증권사 관계자도 “우리도 구조조정을 많이 했지만 (애널리스트는) 다들 프로다. 지금 시즌은 어쩔 수 없고 견디면 좋아진다”며 “회사 차원에서 인력을 줄이는데 여기는 워낙 경기를 심하게 타니까 애널리스트들은 힘들지 몰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D증권사 관계자는 “운용사에서는 사업력을 키워야 하고 펀드 운용에 있어서 인하우스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어 바이 사이드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운용사도 자체 역량이 있어야 수익률이 좋고 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이다 보니 셀 사이드(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바이 사이드로 가는 경우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셀 사이드’라고 부르고, 실제 자금을 운용하며 투자하는 자산운용사 리서치를 ‘바이 사이드’라 일컫는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인력을 대거 감축하는 것과 달리 자산운용사는 애널리스트를 영입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 수요도 한계가 있어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한파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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