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차별과 역차별 사이 -선년규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4-06-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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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여성 전용 주차장이 역차별이라는 사내들의 반 우스갯소리 수준이 아니다.

그 말은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게 대기업의 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적합업종 분야에서 들을 수 있다.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금을 앞세워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자 쓰러져가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자 82개 업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게 3년 전이다.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놓은 82개 업종의 유효기간인 3년이 지나 다시 합의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면서, 대기업들이 일부 업종이 적합업종에 맞지 않다며 역차별 논리를 펴고 있다. 대기업들은 손해만 보고, 오히려 중소·중견기업만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음으로 역차별이라는 말이 많이 언급되는 곳이 IT 업계다. 인터넷 실명제, 셧다운제는 물론, 금융결제, 검색결과 표현 등 온갖 규제가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들에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내세운다. 과도한 규제의 족쇄가 국내 IT 기업들의 성장동력을 잃게 했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온다. 국내 IT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밖에 은행업계에서 경력단절여성 채용을 놓고 일부에서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하고, 통신업계에서도 역차별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사전에선 역차별을 원래 부당한 차별을 받는 쪽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나 장치로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동등한 경쟁이 안되기 때문에 힘이 약한 쪽을 보호해주려다가 힘이 강한 쪽에 너무 많은 손해를 끼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차별을 보호하는 방법이 너무 과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의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모두 정확하게 쓰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역차별이 아닌 차별을 당한 경우도 있다.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오용했거나, 감정에 호소하고자 역차별이라는 단어를 차용했을 수도 있다.

차별이건 역차별이건 한쪽이 불이익을 봤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정당하지 않게 단지 과도한 제도나 장치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면, 뜯어고쳐야 한다. 관련업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목소리를 높이기 앞서 왜 그러한 역차별을 야기한 제도가 생겼는지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우선 푸드트럭 경우다. 얼마전 정부가 푸드트럭 영업시장 합법화를 추진하자, 일부 대형 백화점이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푸드트럭 장소를 제공해주고 판매금액의 15%를 챙기는 약삭 빠른 행동에 나섰다. 당초 푸드트럭 합법화는 트럭음식점 장사를 하는 영세상인들을 위한 취지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이 부분을 직접 언급하자, 백화점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몇년 전부터 사회문제로 떠오른 빵집, 대형 마켓도 마찬가지다. 업종에 상관 없이 돈이 되는 곳이라면 대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확장 진출하면서 싹쓸이에 나서지 않았는가.

IT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전만 해도 공룡 포털이 부동산 소개, 전자상거래까지 뛰어들면서 많은 중소 IT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게임업계도 청소년들의 주머니돈을 빼오는 데만 혈안이었던 게 최근까지의 모습이다.

이런 행태들 때문에 대기업과 인터넷 공룡기업들을 대상으로 각종 규제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갑’들의 ‘갑질’을 막고자 각종 제도로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 역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무조건적인 과거로의 회귀를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명분으로만 제도를 유지해서도 안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과도한 부분으로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 측이 있다면, 수정·보완해야 하는 것은 정당하다.

인간 사회에는 완벽이란 없다고 한다. 어느 제도나 장치건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즉시 보다 낫게 뜯어고치는 게 중요하다. 차별과 역차별을 잇는 선상에서 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으로, 상황에 맞게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정확하고 잘 굴러갈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진자가 좌우로 흔들리다 결국 안정적인 중앙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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