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FTA 파고 수출로 넘자] 산지조직체 육성해 세계화 대비해야

입력 2014-06-24 15:13 수정 2014-06-2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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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농수산물 개방화 시대를 맞아 ‘산지조직체’가 부각되고 있다(뜨고 있다). 산지조직체란 농산물 품목별 산지 생산자들이 뭉친 조직이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지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조직화와 규모화를 통해 농어가가 주가 돼 산지유통부터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ㆍ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동시다발적인 통상협정에 대응해 생산자 조직체가 시장교섭력을 확보해 나간다면 경쟁력 강화는 물론, 대외개방에 따른 국내 농어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농업강국, 산지조직체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 = 일본, 이탈리아, 네델란드 등 농업선진국은 경쟁력 있는 산지조직체를 통해 농업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네덜란드 그리너리 농협은 경제사업 중심의 서구 협동조합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리너리는 농산물의 수입증가와 대형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 강화로 경영환경이 위기에 처하자 1995년부터 조직구조와 사업전략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바꿨다. 이듬해 전액 출자 자회사를 설립해 판매사업을 전담케 하는 새로운 기업형 조합경영모델을 도입했다. 이후 해외 60여개국의 거래망을 확보하고 1350개 기업과 제휴관계를 맺어 연중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매출액 14억 유로의 유럽 최대 청과도매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판매담당직원의 알선에 의한 계약중계 판매사업에 주력해 생산자와 구매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지속적 경영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농민 조합원과 조합, 자회사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기업형 경영과 협동조합 정체성간의 균형점도 찾았다.

일본 이바라키현의 VFS(Vegetable Fruit Station)의 경우 생산자를 유형별로 구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생산ㆍ판매ㆍ유통방식을 다양화해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줬다. 도쿄와 50~100㎞ 거리에 있는 채소 산지였던 이바라키현은 1990년대 이후 농가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잇따라 생겨난 대형마트들이 인근 생산농가들과의 농산물 패키지 작업에 어려움을 겪자 1992년 일본 전국 농민회 이바라키현 본부를 중심으로 조직됐다.

VFS는 산지 농가들을 대상으로 코디네이터 업무를 맡아 생산자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했다. 소규모 고령농가에 대해서는 직판장ㆍ직영농장 등 지역시장을 겨냥한 위탁판매 방식을 처방, 품질관리와 상품화에 주력했다. 대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도매시장 및 대형유통업체를 목표시장으로 잡고 계약재배와 직거래 형태를 통해 물량과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힘썼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과일 판매 협동조합인 아포푸르트(Apofruit)의 성공비결은 차별화된 전문성과 마케팅 능력이다. 초기부터 과일 산지에 있는 생산자들을 모아 전국의 산지유통센터 10여 곳에서 다양한 품목의 과일을 연중 출하하는 시스템을 정립해 시장교섭력을 확보했다. 다양한 과일 품목을 갖췄음에도 세계 시장 변화에 발맞춰 신품종을 도입하고 유기농 상품 라인도 구축했다.

◇개별농가 하나로 뭉치니 농가 수익↑…참여 활성화 유도방안 절실 = 우리나라 정부도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이후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에 발맞춰 지난 10여년간 산지조직화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는 특히 지난 5월 발표한 ‘농축산물 유통구조개선 대책 보완ㆍ발전방안 수립’에서 생산자단체 중심의 유통계열화 확대를 위해 공선출하회를 적극 육성해 공선출하회를 통한 거래액을 지난해 1조4000억원에서 2016년 2조500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협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선출하회를 육성하기 시작해 매년 조직수와 사업실적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3년 12월 기준 공선출하회 조직수와 공동계산 실적은 각각 1804개소, 1조4234억원이다. 2009년 대비 각각 79.3%, 162.5% 늘어난 수준이다. 공선출하회는 농협과 농가 간 출하계약에 의해 공동출하, 공동선별, 공동계산을 실천하는 농가조직으로, 농협 산지유통의 가장 기초가 된다.

공선출하회 등 산지의 기초단위인 생산자조직의 육성은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과 활성화를 위한 선결과제로 꼽힌다. 공동선별, 공동출하는 거래 교섭력을 높이고 판매비용을 절감해 농가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실제 농업법인 등 상대적으로 규모화 된 대형 산지조직은 원료조달ㆍ상품화ㆍ마케팅ㆍ조직화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국 90개의 산지조직체 중 상품화를 통해 성공한 조직은 원물확보부터 출하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원료조달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경우는 계획생산을 통해 농산물을 확보해 거래처에 안정적으로 납품하며 신뢰도를 높였으며 마케팅이 강점인 조직은 철저한 시장맞춤형 전략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가의 산지조직화율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점은 남은 과제다.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산지농협 또는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출하비율은 공동수송 수준에 불과하고 공동계산 실적 규모는 농협 전체 원예판매액의 14%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정준호 농협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공선출하회의 규모를 확대하고 품질을 상향평준화 하기 위해서 품질차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해 선도농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농협과 참여 농업인 간에 출하의무, 품질기준 등에 대한 규약을 마련해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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