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알바 공화국']“일•가정 두 토끼 잡자”… 경력단절여성 다시 사회로

입력 2014-05-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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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육아 부담에 시간제 선택”… 신한銀 200명 모집에 경쟁률 100대 1

▲CJ가 경력단절 여성들의 성공적인 재취업을 돕고자 마련한 맞춤형 인턴 제도인 CJ리턴십 프로그램은 여성에 맞는 시간제, 전일제 일자리 매칭 및 개발을 통해 CJ그룹 안팎으로 여성형 일자리를 늘려나가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최근 개최 된 올해 상반기 리턴십 채용설명회에서 구직자들이 회사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CJ
아르바이트의 사촌(?)격인 시간선택제 채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직업 재탐색 욕구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주부 김모(57)씨는 최근 사회복지시설에서 시간선택제로 일하기 시작했다.

“또래 주부들이 부동산 중개나 보험판매업으로 용돈을 쏠쏠히 버는 것을 보고 나도 집에서 시간 죽이기보다 밖으로 나가 일을 하면서 적은 돈이라도 벌어 살림에 보태려고 시작한 일이 지금은 업이 됐다.”

김씨는 원래 보험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여성. 그러나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쉬다가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엔 김씨처럼 경력이 단절된 여성, 특히 주부를 중심으로 사회 재진출을 모색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이 재취업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당연히 돈이다. 때마침 박근혜 정부도 지난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야심차게 시간선택제를 도입해 이 같은 욕구에 부응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40~50대 주부의 취업률이 20~30대 젊은층의 취업률보다 높아졌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시간선택제일 것으로 보인다.

시간선택제를 도입하는 곳은 크게 대기업, 금융권, 일반 기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금융권의 도입이 활발하다.

우리은행은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은행은 가장 바쁜 시간대에 업무를 볼 수 있는 계약직 창구 텔러 모집에 나섰다.

특히 우리은행의 채용은 은행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그동안 은행 관련 일자리는 퇴사하면 쉽게 복직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현재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이 분야 취업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특히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에게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해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곳으로는 CJ가 대표적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 분야 채용을 실시한 CJ는 경력단절 여성, 시니어, 일반 아르바이트 등으로 대상을 구분해 CGV, CJ푸드빌 등 계열사에서 고용하고 있다.

이 그룹의 시간선택제 인력 채용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이 ‘CJ리턴십’이다. 2년 이상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모집하며 계열사별, 직군별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채용한다. 매년 300명 정도를 채용할 계획이며 공채처럼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 뽑는다.

CJ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여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일자리가 많다. 또한 장기적으로 계획·운영하고 직종도 다양해 구직자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신한은행도 작년 11월 시간선택제 근로자 200명을 뽑았다. 특히 당시 경쟁률이 100대 1에 달해 뉴스로 떠오르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 분야 일자리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다시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는 여성들에게도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가 각광을 받는 것은 역으로 우리의 열악한 육아 지원 체계를 웅변해준다. 육아 부담 때문에 정규직이 아닌 시간선택제로 복귀하는 여성이 많다는 것. 이에 정부가 국내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육아복지에 대해 폭넓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장려해 다양한 일자리로 확대되는 분위기지만 문제도 많다”며 “특히 구직자는 안정된 일자리를 찾지만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불안정한 자리다. 그런데도 육아 때문에 취업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가장 아쉬운 게 정부의 육아 지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육아 목적의 파트타임을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일자리가 또 하나의 2류 일자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정규직 근로자도 시간선택제로 근무할 수 있고 시간선택제 근로자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같은 차원에서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기본 권리를 보장해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교수는 “여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적합 직종과 직무를 개발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며 “다만 직종과 직무가 양적으로 많아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민간기업은 한계가 있으니 공공기관이 먼저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공공 선도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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