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사치만 있고 사람은 없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2-0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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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참 화려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답게 올림픽 개막식도 역사와 문화를 총망라한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가장 많은 돈을 쏟아 부은, 역대 최대 규모, 가장 화려한 개막식이라는 말이 과언은 아닌 듯합니다.

사실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지대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은 서방국가들의 불참으로 80개국만이 참가한 반쪽짜리 올림픽이었습니다. 하지만 34년 만에 러시아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88개국 8000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했습니다. 그야말로 인종과 종교ㆍ국경을 뛰어넘은 화합의 장으로써 주목받을 만합니다.

무엇보다 막대한 자본이 화제였죠.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 준비에 510억 달러(54조8000만원)를 투입했습니다. 이 중 도로와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구축에 87억 달러(9조3500억원), 개막식이 열린 퍼시트 스타디움 건설비용에 6350만 달러(682억9000만원), 개막식 준비에는 4400만 달러(약 473억원)가 들어갔습니다. 그야말로 돈잔치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사람입니다. 올림픽정신은 인간의 완성을 통한 인류평화입니다. 오륜기는 인간 존엄과 인류평화의 지속성을 의미합니다. 어디까지나 사람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번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사람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묘한 일이죠. 8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개막식에서는 다섯 개의 거대한 눈결정체가 오륜기로 펼쳐지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른쪽 상단 아메리카 대륙을 상징하는 부분만 기계 오작동으로 펼쳐지지 않았습니다. 인간 존엄 뒷전을 암시하는 사고였을까요.

실제로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개막을 앞두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았습니다. 각국 취재진과 참가 선수 등 방문객들이 각자의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에 올린 황당한 글과 사진이 화제가 됐죠. 일명 ‘쌍둥이 화장실(칸막이 없이 나란히 놓인 변기)’과 바닥에 떨어진 커튼 봉, 녹물이 나오는 세면대, 온수가 나오지 않는 욕실 등입니다.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한 대회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인간 존엄성은 개막식에서도 문제가 됐습니다. 러시아의 여성 록커 젬피라 람자노바(38)는 총연출을 맡은 콘스탄틴 에른스트(53)가 자신의 곡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습니다. 그러나 에른스트는 “원래 완벽한 것은 없다”라는 해명뿐이었다.

성화 봉송 최종 점화자 이리나 로드니나(64)도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이자 현 러시아 하원의원인 로드니나는 동계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평창입니다. 올림픽의 주인공은 결코 돈이 아닙니다. 돈으로 인간 존엄성과 사람의 마음까지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고민이 많을 듯합니다.

김진선 위원장님, 평창동계올림픽은 시ㆍ군ㆍ도민들의 90% 이상 지지율이라는 뜨거운 열정과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사람이 주인공이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진정 사람 냄새나는 올림픽,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올림픽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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