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칼럼]저녁노을이 지는데 이혼을 생각한다?-최일숙 변호사

입력 2014-02-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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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용은 고품격 시니어 전문 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www.bravo-mylife.co.kr)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도종환은 ‘가구’라는 시에서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있다 장롱이 그렇듯이 오래 묵은 습관들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 일을 하곤 한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썼다. 가구는 없으면 찾고, 있으면 그저 거기 있나보다 할 뿐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황혼에 이르러 서로 말이 없는 부부가 오래된 가구와 비슷하다.

2012년 통계에 의하면 전체 이혼건수 중 결혼생활 25년 이상된 부부의 이혼건수가 19%이고, 결혼생활 21~25년 사이의 건수가 11.4%라고 한다. 3분의 1에 가까운 수치이다. 지금의 중년세대는 젊은 세대보다는 결혼을 일찍 하였다고 하더라도 결혼생활 21년이 넘었다면 나이로 보면 대략 50세를 넘어 60을 바라보거나 넘긴 나이이다. 나도 결혼생활이 21년을 넘어섰으니 이혼을 한다면 황혼에 이혼을 하였다는 말을 들을 때가 되었다.

황혼! 저녁노을이 지는 때에 왜 이혼을 생각할까? 해가 뉘엿거리며 하늘을 노랗게 물들이며 날이 저물어 가면, 밖으로 나돌아 다니다가도 집이 그리워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서 돌아가고 싶어지고, 돌아가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 따스한 아랫목에 발을 집어넣고 밥 한술 뜨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가 잠이 들 일이다. 그런데 집이 그립지 않다면, 집이 지겹거나 따분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집이 두렵거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면 더욱 큰일이다.

집이 그리워지지 않는 일은 여자나 남자나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집 밖에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일이 있어서 일수도 있고, 집에서 만나게 되는 아내나 남편을 더 이상 마주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남편이 20년 넘게 권위적이고 가끔은 손찌검까지 하였는데 남은 여생을 계속 그렇게 살라니 끔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내가 20년 넘게 한결같이 하는 잔소리가 듣기 싫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품안에 없을 때는 더욱 커진다.

결혼식 주례사에서 가장 많이 듣는 고전적인 덕담은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 함께 늙어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집이 그리워지지 않고 들어가기 싫은데 그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라는 것은 어쩌면 폭력이고 고문일 것이다. 평균수명 백세가 되어가는 시대여서 나이 60이 넘었어도 앞으로 살날은 이제껏 함께 살아온 햇수보다 더 많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배우자가 더 이상 행복을 주는 상대가 못 된다면, 더구나 행복은커녕 괴로움을 주는 존재라면 이혼이 나을 수 있다.

결혼한 지 20년이 넘어 나는 가구가 바꾸고 싶어졌다. 새로 가구를 들여놓고 반짝 반짝 윤이 나게 닦고 말을 걸고 싶어졌다. 그런다고 가구가 나에게 말을 걸리는 만무하지만, 일상의 새로움을 가져오고파 그러고 싶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새 가구도 다시 시들해지고 먼지가 쌓이고, 습관처럼 거기 있나보다 할 것이다.

배우자와 이혼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도, 돌싱이 되어 혼자 살아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식상해진다. 그래도 가구를 바꾸어 보고 싶다. 배우자를 바꾸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그래서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최일숙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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