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의 발롱도르 수상이 값진 진짜 이유 [김우람의 스나이퍼]

입력 2014-01-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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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울지 않겠다고 가족에게 약속했다.”

‘축구 황제’ 펠레는 최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시상식에서 발롱도르 특별상을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펠레는 이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축구계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발롱도르 수상의 감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펠레가 흘린 눈물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펠레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발롱도르는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가 활동하던 1970년대 말까지 발롱도르는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만 수여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상을 휩쓴 펠레조차도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은 처음이었다. 1995년 이후 발롱도르 수상자를 전 세계 선수로 넓혔지만 이미 펠레는 은퇴하고 한참이 흐른 뒤였다. 펠레는 아마도 자신의 인생에 발롱도르 수상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수상대에 오른 펠레가 “신께 감사한다”고 말하자 참석자 전원이 기립박수로 축하와 찬사를 보냈다. 그가 진정한 ‘축구 황제’로 인정받은 것에 대한 열렬한 지지였다. 누구도 펠레의 특별상 수상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펠레가 축구계에서 활약하며 쌓은 성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3차례 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끌었고, 1000골 이상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상을 보였다.

먼저 월드컵 3회 우승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성과다. 펠레는 브라질의 3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1958년 펠레가 17세가 될 당시 사상 최연소 선수로 제6회 스웨덴월드컵에 출전했다. 펠레의 활약으로 브라질은 결승까지 일사천리로 진출했다. 결승전에서 브라질은 5대2로 스웨덴을 꺾었다. 5골 가운데 2골은 펠레가 넣었다. 이후에도 펠레의 활약으로 브라질은 1962년 제7회 칠레월드컵 그리고 제9회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모두 세 차례 우승함으로써 우승컵인 줄리메 트로피를 영구히 간직하게 됐다.

개인적인 성과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펠레는 현역으로 활동하던 21년 동안 통산 1362경기에 출전해 1283골을 넣었다. 국제대회에서 7회의 해트 트릭을 포함해 모두 92번의 해트 트릭을 기록했다. 모두 세계기록으로 남아 있다.

사실 펠레의 이번 수상이 값진 이유는 따로 있다. 발롱도르 상의 권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골든볼을 뜻하는 발롱도르는 프랑스의 축구 잡지 프랑스풋볼이 1956년부터 시상한 상이다. FIFA 올해의 선수상은 1991년 첫 수상자를 배출한 이후 매년 남자ㆍ여자 부문에서 세계 최고 선수에게 시상했다.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발롱도르상은 공식적인 기관 FIFA 올해의 선수상과 합쳐져 2010년부터는 FIFA 발롱도르로 명칭을 바꿨다.

그러나 여기에도 약점은 있었다. 이 상을 받지 못한 축구 영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펠레였다. 펠레로서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에 FIFA에 감사할 일이지만, FIFA로서도 발롱도르의 권위에 힘을 실어준 펠레에게 또한 감사할 일이다. 결국 펠레의 이번 수상으로 FIFA 발롱도르는 명실공히 최고의 상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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