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이슈 마당발]우아하게 이기는 법

입력 2013-12-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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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그우먼 강유미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탓에 뭇매를 맞았다. ‘지방공연에 늦어서’라는 이유로 구급차를 타고 신나게 달린 때문이다. 그것도 기가 찰 노릇인데 버젓이 SNS에 사진까지 찍어 올렸다. 생각없이 올린 글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당시는 한창 ‘긴급출동 차량에 길 터주기’ 운동이 불던 때였다. 꽉 막히는 도로에서 애간장을 태울 때 갓길을 쌩쌩 달리던 구급차는 얄미움보다 믿음의 대상이었다. 누군가가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신속하게 병원까지 데려다줄 구세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황은 우려했던 대로 흘러갔다. 온라인에는 “더 이상 구급차에 길을 비켜주지 않겠다”는 이들이 나왔다. 개인의 이기주의를 비판하며 사설 구급차에 결코 길을 내주지 않겠다는 여론이 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려도 이어졌다. 이런 사회 분위기 탓에 진짜 위급한 환자가 엉뚱하게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다.

그렇게 논란이 거세질 무렵 또 하나의 젊은 방송인이 SNS 탓에 거센 비난을 받았다. 방송인 변서은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SNS에 어머니뻘인 대통령을 ‘언니’라 부르며 막말을 쏟아냈다. 그것도 모자라 ‘몸이나 팔아라’라며 씻을 수 없는 치욕까지 얹었다.

거센 비난이 이어지자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은 서둘러 글을 내렸다. 곧이어 친필 사과문까지 올리며 수습에 나섰다. 그럼에도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비난은 격해졌고 급기야 출연하던 방송사는 출연정지 결정까지 내렸다.

대통령과 반대 목소리를 냈던 야당 인사조차 “취지는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방법은 잘못이다”라며 냉담한 목소리를 냈다. 논란이 정점으로 달리는 사이, 어느새 원로급이 된 코미디언 이봉원도 느닷없이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에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게”라며 그녀을 몰아세웠다.

쌍방향 소통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SNS는 이처럼 일방적 전달에 그치고 있다. 보수와 진보 논객은 상대방이 듣든 말든 격한 단어를 골라내 서로를 공격한다.

SNS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우리는 '우아하게 싸우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섣부른 비난만 배웠지 뼈 있는 비판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만 빠르게 증가했을 뿐 운전 문화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중국과 다를 게 없다.

한 시민운동가는 구급차를 집어탄 강유미를 향해 “그래도 우리는 길을 양보하겠습니다. 단 한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이라는 말을 남겼다. 짤막한 한 줄은 어떤 비난보다 뼈 있는 일침이 됐다.

이봉원도 마찬가지다. 비난받아 마땅한 후배에게 거침없는 언행보다 ‘따끔한 충고’를 얹었다면 효과는 더 컸을지 모른다. 이봉원 스스로도,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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