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농업인의 삶까지 업그레이드 … 고품질 잎들깨 생산

입력 2013-12-0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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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22

경남 밀양은 오래 전부터 ‘잎들깨’ 생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국내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과 맛이 뛰어나 타 지역 깻잎에 비해 가격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생산농가 고령화로 생산 및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잎들깨는 다른 쌈 종류에 비해 열에 약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신선도를 유지시키는 것이 품질관리의 가장 큰 난제다. 그러다보니 생산기간에는 온 농가들이 납품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작업해야 한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갈수록 생산농가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동력은 줄이고, 품질은 유지시켜,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관리 기술이 필요해졌다.

국립식량과학원은 고품질 잎들깨 품종을 보급하여 품질은 향상시키고, 생산 후에는 품질관리 기술(예냉처리시설)을 보급하는 연구를 추진했고, 농가에 현장 접목을 시도했다.

▲삶의 질과 잎들깨의 신선도, 두 가지를 모두 지켜라

본 현장연구 접목사업은 잎들깨가 생산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신선도를 유지하고, 동시에 농가의 작업환경도 개선해주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수확한 깻잎을 언제든지 작업할 수 있는 ‘농가맞춤형 관리시설’을 지원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본 사업을 통해 농가에 보급된 ‘수확 후 관리시설’ 모델은 농산물 저장 및 예냉처리 시 신선도 유지기간을 7일에서 14일로 연장되는 효과가 있으며, 일반세균의 발생을 80% 가까이 줄이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신선도 유지기간이 늘어났다는 것은 농가에서 시간을 조절해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국립식량과학원 이명희 박사에 따르면 “본 연구사업은 그동안 잎들깨 생산농가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모니터링 해 추진한 것으로, 농가가 원하는 시간에 깻잎을 세척하고 예냉처리하여 포장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밀양과 금산에 20여개가 넘는 관리시설을 보급하여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경산과 밀양 내 다른 농가로도 확대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확 후 관리시설 제작, 농가 현실에 ‘딱’ 맞게

본 연구사업의 현장접목은 밀양지역 서용판 농가 한 곳을 대상으로 추진됐다. 500평 정도로 영농규모가 크지 않으나, 잎들깨 재배경력은 10년 된 농가다. 병충해와 열에 약한 잎들깨의 특성을 잘 알고 있으며, 유통단계에서 신선도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숙련된 재배농가다.

연구사업은 예냉시설을 갖춘 ‘수확 후 관리시설’ 모델을 보급하여 생산되는 양을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구축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따라서 보급되는 수확 후 관리시설 모델은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만 했는데, 우선 적은 규모의 재배농가에 맞는 크기,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수시로 작업이 가능한 설비, 예냉시설과 병충해, 세균 등의 검출을 제어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설계됐다. 아울러 농가의 규모가 적기 때문에 설치비용이 높지 않아야 하며, 경제적인 관리비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이 때문에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모델을 구축했으며, 여름에는 13도, 겨울에는 10도의 적정온도유지를 위한 냉난방시설, 잎들깨 보관을 위한 예냉시설, 세척설비, 세균제어설비 등을 고려하여 제작되었다. 2~3명 정도의 가족단위 노동력이 주를 이루는 재배농가의 입장에서는 최적의 설비가 구비된 것이다.

▲품질도 오르고, 삶의 질도 오르고

경남 밀양의 서용판 농가는 부부가 3동의 하우스를 연중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수확 후 관리시설 모델이 설치되었다. 관리 시설이 들어온 이후 보관 기관이 연장됐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 관리도 원활해져서 품질도 좋아졌다.

본 사업에 참여한 후 무엇보다도 좋아진 것은 서용판 부부의 삶의 질이다. 수확 후 관리시설 모델을 접목하기 전에는 들어오는 주문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주문량이 많은 날은 새벽부터 생산해 밤늦게까지 포장작업을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일주일이면 7일 밤낮을 작업하느라 개인적인 생활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강소농 연구사업에 참여한 이후로 계획적인 생산 및 품질 관리가 가능해 졌다. 주문량을 예상해 미리 생산해서 보관할 수도 있고, 원하는 시간에 작업할 수 있으니 시간과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힘이 부치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는 서용판 농가는 “이 사업을 추진하고 나서 삶의 여유가 생겼고 체력도 좋아졌다. 이게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농업인의 삶을 생각하는 기술보급

본 연구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농업인의 삶의 질 개선이 이뤄지는 생산관리 기술의 보급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좋은 품질의 잎들깨 생산을 위한 새로운 재배법을 농가에 적용하고, 농가는 수확한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소비자에게까지 전달하는 과정이 이상적으로 정리되어, 농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엽채류의 수확 후 관리를 위한 노동력 감소가 가능하다는 점과, 유통 중 품질유지 노하우를 농가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7일 정도 소요되던 작업 시간이 5일로 감소하면서 생긴 여유는 노동에 지친 농촌, 고령화로 늘 노동력 문제에 고민하고 있는 농촌을 혁신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이명희 박사는 “농가가 요구하던 기술과 설비였기 때문에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상황이며, 농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는 측면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GAP 인증을 통한 브랜드화를 꿈꾸다

본 연구사업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밀양은 물론 금산, 경산 등 잎들깨 생산지역에서 본 기술을 접목하려는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에 식량과학원은 개별농가에 접목된 연구사업의 결과를 규모화하여 거점단지로 확대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GAP인증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고품질 잎들깨 브랜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본 연구사업을 시작한 밀양 지역에서는 기술을 접목할 농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금산에서는 이미 20여개의 잎들깨 생산 거점단지를 조성을 결정했고, 경산 지역도 10여 개의 농가에 수확 후 관리시설 모델을 현장접목 할 예정이다.

본 연구사업에 참여한 서용판 농가는 이미 GAP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최고 품질의 잎들깨 대표브랜드를 개발하여 홍보하는 체계까지 구축하면 영세했던 들깻잎 생산 농가는 사업성까지 확보하게 될 것이다.

* 소비자 기호에 적합한 잎들깨 생산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국립식량과학원 이명희 연구사(055-350-1210)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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