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리더의 패러독스- 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입력 2013-11-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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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해가 저물며, 평가의 시즌이 다가온다. 각 조직은 일년 동안 이룬 경영성과를 결산하느라 바쁘고, 리더들은 직원이 이룬 업적과 역량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중요하고 민감한 과제를 앞두고 있다. 아무리 조직 생활을 오래한 베테랑 관리자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매번 부담스럽고 괴롭다. 피평가자 직원에게 납득할 만한 근거와 논리를 내밀지 못한다면 조직내 불만이 높아가고 리더로서 권위는 떨어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평가기술 미숙, 편협된 시야, 일관되지 않은 기준, 감정적 영향 등 평가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요소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관찰-데이터수집-평가의 각 단계마다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이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도체에 있다.

관리자는 연말 평가를 위해 연중 데이터를 모으게 되는데, 과연 그 모아진 데이터로부터 평가가 이루어 지는 것일까? 아님 그 반대일까? 데이터 수집단계에서부터 이미 어쩌면 마음속에 그 직원에 대한 판단이 서 있고 이 판단은 자석처럼 이를 지지하는 정보들을 빨아들일지도 모른다. 데이터에서 출발하여 평가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평가로부터 데이터가 모아지기도 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신념을 보존하려는 우리 뇌의 편향이 한 몫 한다. 처음 판단을 형성할 때 필요로 하는 정보보다 한번 내린 판단을 바꾸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정보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 뇌는 신념을 바꾸는 이 고가의 작업을 기피하게 된다.

조직에서 리더십 360도 서베이를 하면 상사 자신이 주는 점수는 높은데 부하가 주는 점수가 낮은 경우가 많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다 일리가 있다. 부분적으로. 상사 본인은 자신의 성공적인 행동만 생각하고, 부하는 상사의 비바람직한 행동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기억의 편중이다. 한번 잘하고 한번 못했다고 하더라도, 더하면 제로가 아니다. 행위자에게는 플러스로 남고 수혜자에게는 마이너스로 남는다. 손실에 대해 느끼는 아픔이 똑 같은 크기의 유익을 얻는 기쁨보다 큰 것이다.

좀 더 정교히 들여다보자. 미국 미시간대 모 교수는 붐비는 공항에서 비행기가 2시간 연착되자 사과의 뜻으로 항공사로부터 선물 패키지를 제공받는다. 35불 항공 할인권, 마일리지 보너스, 식사와 프리미엄급 음료권, 그리고 25센트 폰카드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이 폰카드가 고객의 불편한 심기를 누구러뜨리는데 정말로 기여할 것인가? 엄연한 비용을 들여 마련한 이 폰카드가 과연 자기의 소명을 다 할 수 있을까?

비행사측에서는 선물 패키지를 구성할 때, 많이 줄수록 고객의 만족도는 올라갈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실험결과 받는 입장에서는 그 싸구려 폰카드는 전체적 만족도를 삭감하는 쪽으로 작용했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날까? 정보의 부분들의 평가가 합쳐져서 전체적 평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상이한 프로세스가 일어난 것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측은 정보들간에 하나 하나씩 더해가는, 즉 산술적으로 합산하여 총 가치를 산정하고, 받는 사람은 평균을 내어 그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첨가적 패턴하에서는 시시한 선물이라도 더 주면 총효용이 올라가지만, 즉 다다익선이지만, 평균으로 평가하는 프로세스에서는 초라한 선물은 평균값만 떨어뜨리는, 역기능의 아이템이다.

주는 입장이냐 받는 입장이냐에 따라 거래의 평가 프로세스가 다른 것은 관계를 해석할 때에도 나타난다. 나는 그 사람에게 잘해 준 것, 못한 것 할 것 없이 총합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상대는 그 중 특정한 한가지에 대해서만 문제시 삼을 때 참 어이없고 억울하다. 평균하면 내가 잘 한 것인데 말이다. “그렇기로 서니…. 그동안 잘 해준게 어딘데…. 그건 그거고…” 건 단위로 기억하는 프로세스와 총 합계하여 평균으로 기억하는 프로세스가 부딫칠 때 나는 소리이다.

내가 뭔가 시도했으나 잘 안되었을 때, 그럼에도 노력의 기특함, 의도의 선함을 이해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세상은 야박하게도 내 의도까지 헤아려줄만큼 관대하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해 그런 시선을 가지는가? 안타깝게도 아니다. 자기 행동과 타인행동을 평가할 때 다른 잣대를 적용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자기 스스로는 매우 신뢰하기 때문에 내적 관찰이라는 주관적인 과정을 통해 자신을 평가하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눈에 보이는 행동 결과만을 보려한다. 자기중심적 사고의 또 다른 모습이다.

리더와 팔로워간에는 아무리 신뢰수준이 높다 하더라도 넘을 수 없는 입장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상품 생산자가 어떻게 소비자의 관점을 갖느냐가 마케팅의 관건이듯이, 리더십 제공자에게 수혜자의 관점을 갖게 하는게 리더십 개발에서 기본적으로 할 일이다. 리더가 리더의 리더십행동을 평가하는 팔로워들의 평가 프로세스로 순간 이동하여 들어갈 때, 리더십 타율은 올라간다. “김과장은 너무 소극적이고 책임감이 없어서 일을 믿고 맡길 수가 없어” 와 “우리 팀장님은 직원들을 신뢰 못하고 임파워가 약해 일할 맛이 안난다” 누구 말이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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