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극 극지 연구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두 번째 남극 과학기지 건설을 내년 3월 완공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988년 세종 기지 건설 이후 24년 만에 만들어지는 대한민국의 두 번째 남극 과학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 2단계 공사를 담당할 150여 명의 건설단 본진이 오는 11일 현지로 떠난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12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하고 나서 15일 아라온호에 승선해 건설지인 남극 테라노바만으로 떠날 예정이다.
이번 장보고기지 2단계 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진행된 1단계 공사에 이어 기지 외장공사와 내부 설비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1단계 공사에서는 본관동, 발전동, 정비동 등 주요건물의 기초공사, 철골설치, 외장패널 설치 등 외부공사 위주로 진행했다.
본진 출발에 앞서 2단계 건설공사에 필요한 건설자재와 중장비를 실은 화물선 BBC다뉴브호는 지난달 27일 이미 평택당진항을 출발했다. 안티구아바부다 선적의 내빙선인 이 배는 건설자재 6958톤과 각종 생필품 등을 싣고 12일 호주 호바트항에 기항해 장보고기지에서 사용할 남극용 디젤유를 실은 뒤 16일 출항한다. 남극용 디젤유는 영하 38℃까지 내려가는 남극 혹한기후에서도 얼지 않도록 특수 제작된 유류다. 화물선은 남극 도착 일주일 전 평균 두께 2m가량의 해빙(海氷)대 지역에서 아라온호를 만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25일쯤 테라노바만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라온호는 화물선이 건설현장 부근까지 최대한 접근해 해빙에 정박하고 자재를 얼음 위에 바로 하역할 수 있도록 지원할 임무도 띠고 있다.
애초 이달 25일 착수해 내년 3월 10일쯤 마치기로 했던 이번 2단계 건설은 예정보다 15일 정도 앞당겨 시작하는 것이다. 남극은 연중 실제 공사가능 기간이 평균 65일에 불과하고 현지에서의 운송·하역작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잦아 건설기간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남위 74도 이남에 있는 장보고기지는 공사기간 중에는 완전한 백야여서 24시간 교대로 하역 작업이 이뤄진다.
장보고기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하는 일괄수주방식으로 건설한다. 전체면적 4458㎡에 연구와 생활동등 건물 16개동으로 구성되는 기지는 겨울철은 15명, 여름철에는 최대 6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건설단은 사전 제작된 자재를 현장에서 조립해 건설하는 모듈 방식으로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한다. 또 준공 이후 태양열·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기지에서 사용될 전기를 생산·저장할 계획이다. 보급을 위한 접안시설은 남극의 해빙에도 견뎌야 하므로 일반 부두와는 달리 스테인레스로 보강한 블록으로 건설된다. 건설단은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는 내년 3월10일 공사를 마치고 제1차 월동연구대에 기지를 인계한 이후 남극을 떠날 예정이다.
김양수 해양수산부 해양산업정책관은 “우리나라는 극지인프라 건설은 선진국보다 반세기 가량 늦었지만 장보고과학기지가 건설되면 세계에서 10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의 상주기지를 가진 국가가 된다”며 “남극 본 대륙에 있는 장보고기지는 세종기지에서 수행하기 어려웠던 분야의 연구가 가능해져 우리나라 극지연구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