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2년째 1억 관객… 다양성 감소 경계해야

입력 2013-09-27 10:48 수정 2013-09-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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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흥행작들 외국영화 압도… 전문가 “외형만 성장, 문화적으론 궁핍” 의견도

▲왼쪽부터 ‘7번방의 선물’ 류승룡과 ‘베를린’ 하정우, ‘관상’ 송강호·조정석.

한국영화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객 1억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결과 지난 1월 1일부터 9월 25일까지 한국영화를 본 관객은 총 9760만5191명으로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역시 무난히 1억명 돌파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도 ‘7번방의 선물(1281만)’, ‘설국열차(931만)’, ‘관상(716만)’, ‘은밀하게 위대하게(695만)’ 등 굵직굵직한 흥행작들이 한국영화의 순도를 높였다. 한국영화는 25일까지 총 117편이 개봉돼 할리우드를 비롯한 외국영화 516편보다 380여 편 적었지만 관객수는 무려 3000여만명이 앞섰다. 매출액에 있어서도 한국영화는 6992억원의 수익을 올려 4873억원의 외국영화를 압도했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의 2년째 1억명 관객 시대를 연 이유에 대해 “경쟁력 있는 한국영화 흥행대작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980년대 에로 등에 치중했던 한국영화는 소위 말하는 기획영화를 통해 흥행력을 갖추고 있다. 1990년대 검열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얘기하지 못했던 소재도 다뤄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영화의 돌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12년 기준 50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를 관람하는 가용인구를 고려할 때 1000만 영화의 등장은 가히 놀라운 현상이다. 배우 설경구는 “1000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우리나라 인구를 생각할 때 한 영화에 1000만 관객이 입장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국영화는 지난 2010년(6884만명) 이후 꾸준한 상향세를 기록하며 영화산업의 부흥기를 이끌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 소외됐던 한국영화는 탄탄한 구성과 감독의 역량 발전 등으로 선진화된 작품을 내놓고 있다. 한때 스크린쿼터 제도에 목매던 영화계는 이제 실력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올 한해 흥행작 톱10에 명함을 내놓은 할리우드 영화는 ‘아이언맨3(900만)’와 ‘월드워Z(523만)’ 단 두 편에 불과하다.

관객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과거 “한국영화는 안 본다”는 말이 공공연히 언급될 만큼 우리 영화의 작품성은 국내 관객에 의해 폄하돼 왔다. 영화 ‘관상’을 본 50대 관람객은 “정말 재밌게 봤다. 이제 한국영화도 스케일과 연출력에 있어 결코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할리우드 영화가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주목받는다면 한국영화는 문화적 정체성에 기인한다. ‘나’의 모습을 영화에서 확인하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내 주변의 모습이 투영돼 있어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2003년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2005년 ‘웰컴투 동막골’ 등 재미와 동시에 문화적 충격, 시사점을 담은 영화의 출연이 없다. 전문가들은 영화를 본 후 담론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킬링타임’에 그치는 것이 상업주의의 가장 큰 폐단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영화가 1억명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성찰을 안겨주고 있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 문화적 파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돈 버는 데 급급한 가치 전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당장 ‘뫼비우스’만 보더라도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감독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2주 만에 극장에서 내려왔다. 외형적으로 한국영화 판이 커졌지만 문화적으로는 궁핍해졌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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