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대부업체, 저축은행 인수 허용 안된다- 김덕헌 금융부장

입력 2013-09-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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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보면 태어나지 말아야 할‘사생아’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저축은행 사주들이 각종 비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때면 더욱 그렇다.

사금융 양성화라는 명분으로 설립된 저축은행은 지난 40여년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주들이 출자자 대출을 통해 고객 돈이 마치 자신의 돈인 양 마구 쓰거나,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 주었다가 대거 부실이 발생하는 사례가 수십년간 반복되고 있다.

뒤늦게 비리가 적발돼 저축은행 사주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자살하는 사건사고도 이제는 익숙하다.

금융당국은 부실 저축은행을 구조조정한다며 국민의 혈세로 저축은행 사주들이 빼돌려 구멍난 부실을 메워줬다. 이렇게 해서 퇴출된 저축은행이 무려 260개에 달한다. 350개에 달하던 저축은행이 이제 90개로 줄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주주 자격심사와 상시감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저축은행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비리와 부실경영으로 저축은행 경영이 어려워지면 ‘경영 정상화니’, ‘발전 방안’ 이니 하는 이유를 달아 저축은행에 당근도 줬다. 상호가 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바뀌고, 각종 영업규제가 완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 비리와 부실화의 원인은 사주의 도덕적 해이와 경영능력 부족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업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근 금융위는 이해할 수 없는 대책을 발표했다. 대부업체에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매각을 추진해도 거들떠보지 않는 처치 곤란 저축은행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온 고육지책이라 생각되지만, 이는 부실 저축은행을 또 다시 부실로 몰아넣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예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을 대부업체에 넘기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대부업체는 돈 없는 서민을 상대로 고리로 수익을 챙겨왔다. 불법 채권추심으로 채무자들이 공포를 느끼고, 관계당국이 관리감독에 골치를 썩고 있는 업종이기도 하다.

이런 이들에게 저축은행을 맡기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 물론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인수 조건으로 기존 대부업을 접고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의 대형 대부업체에 한해 인수를 허용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수십년간 반복돼 온 저축은행 비리의 교훈처럼 금융회사 대주주와 경영진은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고객이 맡긴 예금을 단순히 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예금을 맡긴 만큼 잘 운용해서 고객에게 이익을 돌려 줄 수 있는 ‘신뢰의 DNA' 가진 사람만이 금융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펀드 판매와 할부금융을 허용키로 했다. 또 우량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정책금융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하겠단다.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시름시름 고사하고 있는 저축은행에 새로운 먹거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우려가 앞선다.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를 통해 이뤄지는 은행, 증권사도 불완전 판매로 인한 민원과 분쟁이 많은데 저축은행의 불완전 판매는 불 보듯 뻔하다. 또 보험과 신용카드 판매는 이미 허용해 왔지만 저축은행의 수익원이 되지 못했다.

이제는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수십년간 반복되는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를 통한 당근책 제시를 반복하기보다 시장 경쟁에서 스스로 살아 남을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 그런 저축은행이 적지 않다.

사실 솔로몬, 제일, 한국 등 대형 저축은행들이 대거 퇴출된 것은 경영진의 과욕 때문이다.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과도하게 부동산PF에 투자했다가 부실화된 것이다.

저축은행이 대형 시중은행처럼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저축은행은 철저하게 지역 밀착영업에 충실해야 한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은 설립 이후 우리 사회에 많은 사회적 비용을 부담케 했다. 이제 당근정책보다 시장을 통한 출구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서민금융 지원은 은행, 상호금융 등 맡을 수 있는 금융회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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