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스미싱사기, 경보음만 날리는 정부- 김광일 부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3-09-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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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수십, 수백명의 사기꾼들이 길목을 지키고 행인들을 속여 수만원,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강탈하는 사건이 매일 반복해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또 강도들의 수법이 날로 지능화해 교수, 대기업임원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까지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사기관과 정부, 정치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백주 대낮, 이런 기막힌 사기사고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스미싱 사기사고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매일 140명꼴, 1년에 5만명이 훌쩍 넘는 스미싱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나 수사기관은 이를 잡을 방법도, 막을 방법도 모른 채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신종사기 스미싱인 '돌잔치 초대 문자사기'가 전국을 강타한 지난달 28일. 5000만 휴대폰 소비자들은 "지인 이름으로 온 문자도 스미싱 사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하루였다.

지인의 돌잔치 초대 문자를 클릭한 수많은 국민은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주소록으로, 돌잔치 초대 문자가 그것도 자신의 이름으로 무더기 발송되는 기막힌 2차 스미싱사기 숙주가 됐다는 사실을 접하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액 결제 피해도 속출했다. 수사기관 추산 수십억원대 돈이 빠져나갔다. 모바일 문자 한번 잘못 클릭했다가 저장된 수백, 수천명 주소록 지인들에게 똑같은 피해를 안겨준 허탈감은 곧바로 분노로 바뀌었다.

심지어 신용카드에 매달 소액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이른바 ‘기생충 스미싱사기’는 너무나 광범위해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다.

5000만 휴대폰 소비자들은 "이걸 어떻게 구분해낸단 말인가?" , "정부가 이런 거 하나 막지 못하고, 도대체 뭐하는가" 라며 분노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정부가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부랴부랴 내놓은 종합대책이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미래창조과학부, 경찰청 등 4개 기관이 신종, 변종 전자금융 사기의 반복적인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공동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신·변종 피싱, 파밍 스미싱 등으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란 친절한 설명도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4개 부처가 합동으로 나섰으니, 앞으론 휴대폰 금융사기는 차단되거나 확 줄어들 거라 안도했다. 하지만 기대는 정책 발표 순간 깨지고 말았다.

주의 경보를 발령하니, 5000만 소비자들이여, 피해 발생 시 즉시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이상한 문자는 열어보지 말고, PC보안점검을 생활화하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황당한 정부 대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공기관, 금융회사, 통신사를 사칭하는 공갈 메시지를 조심하고, 피해 발생 시 경찰청에 즉시 신고하라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무심코 누른 문자메시지, 혹은 지인이 보낸 문자를 눌렀다는 이유만으로 주소록이 통째로 털리고, 통장에서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 봉이 김선달 같은 금융사기가 창궐하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조심하라'는 게 전부다.

정말 기가 막히는 것은 전 국민이 엄청난 금전적 피해를 입거나 공포에 떨며 고통받고 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을 정부가 애당초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참담한 것은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란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이통사와 결제회사가 보안솔루션을 통해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는 고객이 직접 결제를 한 거라, 금액이 크든 작든 이통사가 이를 강제하거나 막을 방법은 애당초 없다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

결제회사 역시 개인인증을 한 고객의 금융거래를 판단하고 막을 권한도 없을 뿐더러, 실행 가능하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사기꾼들이 5000만대에 이르는 대한민국 휴대폰을 점령한 채, 매일 국민의 돈을 야바위꾼처럼 훔쳐가고 있지만, 이를 막을 금융기관도, 잡을 수사기관도 없는 딱한 처지다.

모바일뱅킹 3000만명 시대에 대한민국은 금융사기 무법천지다. 범죄자들은 날로 지능화한 채 번창하고 있지만, 법은 무용지물이다.

금융사기 의심 문자를 사전 모니터링, 차단하거나, 아님 인증단계를 하나 더 만들어 불법 이체 금액을 걸러내거나, 혹은 고객에게 이체금액에 대해 한번 더 확인하는 과정을 만드는 등의 방법은 왜 시도하지 않는 것일까?

이체 직전 시차를 둬서 피싱이나 스미싱사기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하는 방법은 왜 불가능한 것인가.

스미싱 금융사기는 더욱 더 창궐할 것이며,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화할 것이다.

안랩에 따르면 올 8월 말까지 발생한 스미싱 악성코드 건수는 지난 한해 전체보다 무려 84배가 늘었다.

5000만 휴대폰 소비자들은 이제 조심하거나, 재수 없으면 돈을 털려야 한다는 두 가지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민들은 오늘도 범죄자를 보고도 잡지 못하는 범죄 방조자 정부와 더불어 살아간다. 정부는 도대체 뭘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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