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영웅의 몰락] ‘안철수株’로 한창 뜰때 치고 빠지기… ‘개미무덤’ 오명

입력 2013-08-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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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술 미래산업 고문, 300원대 주가 1700원대에 이르자 보유주식 전량 처분 400억 챙겨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전 회장)은 ‘벤처 대부’로 불린다. 1990년대 미래산업을 시작으로 소프트포럼, 라이코스 등을 잇달아 창업(출자)하며‘닷컴열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신뢰와 자율’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경영권 세습의 고리를 끊고 카이스트(KAIST)에 사재 3백억원을 기부하며 첨단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이에 그는 벤처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정 고문은 테마주 ‘먹튀’로 낙인 찍혀 있다. 지난해 ‘안철수 관련주’로 묶여 미래산업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때 돌연 주식을 전량 처분하며 개미무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직자에서 벤처 1세대로 완벽 변신

정 고문은 193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원광대 종교철학과를 졸업했다. 1960년 군대에 입대한 후 행정병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제대와 동시에 중앙정보부에 5급 공무원으로 특채로 임명, 18년간 공직자로 살았다.

1980년 42세의 늦은 나이에 강제 해직된 후 한차례 사업 실패를 겪은 뒤 1983년 지인들과 함께 미래산업을 창업했다. 반도체 검사장비인 테스트 핸들러(Test Handler)와 칩 부착장비(Chip Mounter)를 국산화해 당시 2억 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50% 이상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1991년에는 ‘장영실상’, 1992년에는 ‘산업기술개발동상’, 1994년에는 ‘5월의 중소기업인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미래산업을 반도체 제조장비 선두업체 반열에 올려놓는다.

1996년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에 입성한 뒤 그는 늘 ‘최초’, ‘최고’의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상장 후 최단 기간 최고 주가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최초로 50분의 1 액면분할을 단행하고 한국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도 진출했다.

특히 정 고문은 1990년대 말 미래산업을 통해 소프트포럼, 라이코스코리아, 사이버뱅크, 자바시스템 등 10여개의 벤처기업을 세우거나 출자하면서 명실공히 ‘벤처 대부’로 자리잡았다.‘신뢰와 자율’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경영권을 넘겼고 후학 양성을 위해 써 달라며 자신의 재산 중 300억원을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은퇴 후에는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과 카이스트 이사장을 역임하며 벤처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작전세력 의혹에 금융당국 검찰 긴급조치

그러나 투자자들의 뇌리에 새겨진 정 고문의 이미지는 테마주 ‘먹튀’다. 정 고문이 안철수 교수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미래산업은 대선 테마주로 묶였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 30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선거바람을 타고 9월 2000원대까지 치솟았다. 평균 5000만주에 불과하던 하루 거래량이 1억~2억주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주가 행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정 고문이 주가 1700원대에서 보유지분(2254만주)을 전량 처분한 것이다. 금액만 400억원에 달한다. 그의 부인 양분순씨도 갖고 있던 139만여주를 1900원대에 나란히 팔아치웠고 권순도 대표와 권국정 사외이사 등 주요 임원들도 지분 정리에 동참했다.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9월 13일 2075원을 기록하던 주가는 9월 27일 533원까지 주저앉으며 보름 만에 75%나 급락했다. 18대 대통령 선거일 직전인 12월 17일에는 268원까지 밀려났다.

큰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의 원망이 쏟아졌다. 당시 한 증권사이트 게시판에는 “테마주에 손댄 내가 잘못이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부터 “평단(평균판매단가)이 2062원입니다. 저 지금 죽으러 갑니다”라는 극단적인 글까지 올라왔다. “정문술씨 참 대단하시네요. 존경합니다”라는 비아냥도 터져나왔다.

미래산업의 악몽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미래산업에 주가 조작세력이 개입한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긴급조치를 통보했다. 긴급조치는 긴급을 요하는 사안의 경우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증권선물위원장이 직접 검찰에 통보해 수사에 나서도록 하는 조치다.

투자자 A씨는 최근 한 증권사이트 게시판에서 “지난해 갑작스런 지분 매도가 경영권 세습을 끊기 위함이라고 둘러대며 개미들을 투기꾼으로 내몰더니 결국 그도 작전에 불과했다”며 “개미들의 피눈물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검찰은 철저하게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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