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우인터내셔널의 ‘황금가스전’…미얀마 가스전에 가다

입력 2013-07-2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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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쉐 플랫폼. 사진제공 대우인터내셔널

“저 위에 불 보이시나요? 저 불이 가스가 생산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지난 17일 미얀마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대우인터내셔널 쉐(Shew) 플랫폼에 방문했다. 짝퓨지역에서 25분여 간 헬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너 해상 플랫폼에 도착하자 110m 길이의 플레어타워 위의 화염의 열기가 느껴졌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000년 탐사권을 획득 후 탐사·개발 과정을 거쳐 2004년 A-1광구 쉐 가스전, 2005년 쉐퓨, 2006년 A-3광구에서 미야 가스전을 발견했다. 총 2조원 가량을 쏟아부은 대규모 사업은 13년 만인 지난달 2일 가스를 생산하며 결실을 맺었다.

◇‘황금가스’ 생산하는 쉐 플랫폼=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라는 쉐 플랫폼은 직접 보니 더욱 거대했다. 쉐 플랫폼은 2만6000톤 규모의 탑사이드와 이를 지탱하는 자켓으로 이뤄져있다. 탑사이드는 거대한 시추 설비가 들어서 있고 가스를 시추하고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이 플랫폼은 현재 미야(Mya) 가스전에서 가스를 시추하고, 이를 육상 수송로로 보내는 정거장 역할을 맡고 있다.

총 5층으로 이뤄진 플랫폼은 가스 시추 설비, 정제설비 직원 거주지역, 등 3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가장 먼저 시추 시설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가스를 시추하는 곳이라 소음과 진동이 대단했다. 주시보 해외자원개발 전무는 탑처럼 생긴 설비를 가리키며 “이 설비는 데릭(Derrick)이라는 설비로 이 층에서 시추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데릭은 가스가 있는 곳에 구멍을 뚫는 드릴 같은 역할을 한다. 시추할 지역을 정하면 데릭을 받친 스키드(Skid)가 움직여 데릭을 운반한 뒤, 원형의 관인 컨덕터(Conductor)를 가스가 나올 부분에 박는다. 이어 관 역할을 하는 케이싱(Casing)을 넣고, 또 그 속에 드릴파이프(Drill pipe)를 넣어 가스가 있는 곳까지 파내는 식이다. 구멍 한 개를 뚫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 이상.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12개의 구멍을 뚫는 중이다.

주 전무는 “이렇게 생산된 가스는 14인치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플랫폼으로 보내진 다음, 32인치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 가스터미널로 옮겨진다”고 설명했다.

쉐 플랫폼에서 정제된 가스는 110km 떨어진 짝퓨의 육상 가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육상가스터미널에서는 도착한 가스의 양과 불순물을 확인한 뒤, 20인치 가스관을 통해 중국에 가스를 판매한다.

시추 설비를 돌아본 뒤, 거주지역으로 들어서자 여러 국적이 기술자들이 눈에 띄었다. 기술자들은 연신 밝은 얼굴로 방문객들을 반겼다. 이곳에는 한국과 영국, 미국, 미얀마, 필리핀 등의 국적을 가진 150여명의 직원들이 28일 주기로 하루 12시간씩 2교대 근무를 한다. 이들은 4인1실의 숙박시설과 식당과 휴게실·피트니스센터·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까지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단, 안전을 위해 음주와 흡연실 외의 흡연이 엄격히 금지되며 매주 1회 비상탈출 훈련도 진행한다.

◇한국 자원개발의 이정표 제시=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대한민국 자원개발 역사를 새로 쓰는 계기가 됐다.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력과 노하우로 이뤄낸 첫 해외 자원 개발 사례이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 미얀마 정부로 부터 탐사권을 획득한 뒤 1970년대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의 석유·가스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한 미얀마 서부 해상에서 새로운 탐사 개념을 도입해 △쉐 △쉐퓨 △미야 가스전을 발견했다. 3개 가스전의 총 매장량은 4조5000입방피트로,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석유·가스 회사들이 해외에서 발견한 석유·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양수영 자원개발부문장(부사장)은 “대우그룹 워크아웃 당시 투자를 결정해 어렵게 진행한 사업”이라며 “2003년 탐사 과정에서 공동 참여사인 인도 회사들이 도중에 철수해 단독으로 탐사 비용을 부담해야 했지만, 그때 추가 시추에 대한 적절한 판단과 경영진의 기술자들에 대한 믿음, 빠른 의사결정이 있어 이번 가스전 개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산플랫폼, 해저·육상 가스관, 육상가스터미널 등 가스 시설물도 국내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EPCIC(설계·구매·제작·운송·설치)업체로서 일괄 제작했다는 점도 한국 자원개발의 새로운 이정표로 떠올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에서 하루 2억 입방피트 생산을 시작으로 1년 동안의 단계적으로 증산해 내년 하반기에는 일일 5억 입방피트(원유 환산 시 약 9만 배럴)의 가스를 생산할 계획이다. 향후 25~30년 간 생산되는 가스는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3년치에 해당하는 대규모의 양이다.

이 가스는 미얀마와 중국 내륙의 육상 가스관을 거쳐 중국 국영석유회사(CNPC)의 자회사 CNUOC에 이번 달부터 판매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가스 판매와 육상수송로 지분에서 나오는 이익을 합친 대우인터내셔널의 이익은 가스 생산 기간 동안 연 평균 3000~4000억 원에 달한다. 즉, 수익중심축이 무역에서 자원개발로 전환되는 셈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야 가스전 생산을 시작으로 향후 생산 계획에 맞춰 쉐와 쉐퓨 가스전에서도 가스를 뽑아낼 계획이다.

양 부사장은 플레어타워 위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가리키며, “저 불은 지금 판매가 다 되지 않은 가스를 태우는 것으로, 불이 꺼지는 순간은 모든 가스를 정상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얼른 저 불이 꺼졌으면 좋겠다”고 염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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