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다시 한번, 뛰어라 벤처- 이동주 IBK경제연구소장

입력 2013-07-19 11:0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전 세계에는 200여개의 국가가 존재한다. 이들 국가 중에서 우리 대한민국과 가장 유사한 나라는 어디일까? 개인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아닌가 싶다. 우선 우리나라와 건국 연도가 1948년으로 똑같다. 국토 면적이 좁고 자원이라곤 사람밖에 없는 점도 그렇고, 일상적인 안보 위협에 시달리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에는 우리를 부럽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벤처기업이다. 전 세계 벤처 투자의 31%가 이스라엘로 몰리고 있고, 우리나라는 단 1개뿐인 나스닥 상장기업 수도 무려 50여개에 달한다.

벤처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며 성장해 나간다는 점에서 창조경제 아래 발전시켜야 할 대상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최근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자주 회자(膾炙)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에 성공한 벤처기업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후츠파(chutzpah)’ 정신으로 무장한 인력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른바 후츠파 정신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테크니온, 텔아비브, 히브리 같은 과학, 공학 분야의 세계적 명문대학에서 꾸준히 양성·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기술 개발에 있어서 ‘니치마켓(niche market)’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넘버 원’보다는 ‘온리 원’ 기업을 추구하며 창업 초기 단계부터 해외 진출에 초점을 맞춰 글로벌화 전략을 지향하고 있다.

더불어 민간 및 벤처캐피탈이 참여하는 요즈마펀드(yozma fund)의 성공적 작동도 벤처기업 성장의 토대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창업에 불을 지핀 성냥’에 비유되는 요즈마펀드는 자본이나 담보 없이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창업하는 벤처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1993년 1억 달러로 출범한 펀드는 지금 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사례를 보면서 벤처기업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시사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이공계 인력에 대한 투자와 양성이 필요하다. 잠재적인 역량을 지닌 젊은이들이 이공계로 진학해 이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면서 벤처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업가 정신을 키워야 한다. 꿈과 도전정신, 그리고 열정을 가진 인력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업교육 프로그램이나 기술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보다 활성화함은 물론,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는 기업가로서의 자세와 덕목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산·학 연계 기술개발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학문적인 기술보다 실용적인 기술 위주로 연구개발이 이루어져 바로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발 기술 대비 사업화 비율을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원활한 자금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벤처캐피탈이나 금융권은 기술력과 사업화 가능성만을 기준으로 벤처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기업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정부와 민간 간의 역할 분담과 협조를 통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실행력이 높아져야만 벤처기업이 우리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일 코넥스(KONEX) 시장의 출범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자금 생태계에서 취약한 성장 초기단계의 중소·벤처기업 자금조달에 새로운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 등에서 자금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성장하여 코넥스에 상장되고, 이를 통해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다시 성장 초기 기업에 재투자를 해 나가는 자금조달 선순환 체계가 가능해진 것이다.

출범 초기라 그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아무쪼록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과 노력을 통해 코넥스가 벤처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기여하고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오늘부터 즉각 켠다…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싫어하는 이유 [해시태그]
  • 서울대병원 17일·의협 18일 휴진…“돈 밝히는 이기적 집단 치부 말라”
  • 전세사기에 홀로 맞서는 세입자…전세권 등기·청년 셀프 낙찰 '여전'
  • MBTI가 다르면 노는 방식도 다를까?…E와 I가 주말을 보내는 법 [Z탐사대]
  •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국회 예산 협조부터 '난항' 전망
  • 카리나 시구 확정…롯데 자이언츠 경기도 관람
  • 1~4월 부가세 수입 40조 넘어 '역대 최대'…세수 펑크에 효자 등극
  • 엔비디아 시총 ‘3조 달러’ 쾌거에…젠슨 황 세계 10위 부자 ‘눈앞’
  • 오늘의 상승종목

  • 06.0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8,000,000
    • +0.03%
    • 이더리움
    • 5,205,000
    • +0.08%
    • 비트코인 캐시
    • 662,500
    • -0.3%
    • 리플
    • 698
    • +0.29%
    • 솔라나
    • 226,400
    • +0.09%
    • 에이다
    • 620
    • +0.98%
    • 이오스
    • 998
    • +1.22%
    • 트론
    • 164
    • +1.23%
    • 스텔라루멘
    • 139
    • +0.72%
    • 비트코인에스브이
    • 80,100
    • +0.63%
    • 체인링크
    • 22,520
    • +0.63%
    • 샌드박스
    • 588
    • +1.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