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숙명의 라이벌] 지나친 승부욕ㆍ도 넘은 경쟁심…빗나간 스포츠 라이벌

입력 2013-07-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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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엘살바도르 ‘축구전쟁’·이집트 축구팬 집단 난투극

▲라이벌 매치는 선수보다 팬들을 더 흥분시킨다.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 선수들과 난투극을 벌이는 일도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수원삼성과 알사드의 경기에서 흥분한 양팀 선수들이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 (사진=AP뉴시스)

시뿌연 연기 사이로 수천명의 사람이 쏟아져 나왔다. 잠시 후 “탕!” “탕!” “탕!”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피범벅이 된 사람들이 곳곳에서 쓰러져 나갔다.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전쟁터가 아니다. 축구장 난동 현장이다.

지난해 2월 이집트 카이로의 포트사이드 축구장에서는 프로축구 알 마스리와 알 아흘리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원정팀 알 마스리는 이집트 최강팀이자 라이벌인 알 아흘리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후 관중들은 경기장에 난입해 난투극을 벌였다. 사망 74명, 부상 2000여명이 발생한 이날은 세계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난동으로 기록되고 있다.

스포츠에서 라이벌 매치는 경기력 향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선사한다. 라이벌 없는 스포츠는 단팥 빠진 찐빵에 비유해도 결코 과하지 않다.

라이벌을 통해 성장통을 겪으며 정상에 우뚝 선 선수들도 많다. 수영스타 박태환(24)과 쑨양(22·중국), 피겨스타 김연아(23)와 아사다 마오(23·일본)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박태환과 쑨양은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 한·중 양국에 수영 붐을 일으키며 세계 수영 역사를 새로 썼다.

그러나 라이벌 의식도 과하면 탈이다. 스포츠정신보다 승리 욕구가 앞서면 부작용이 뒤따른다. 프로축구 서울과 수원 경기는 늘 4만명 이상의 관중이 동원될 만큼 폭발적 반응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때로는 선수보다 팬들이 더 과격하다.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과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는 경기 후 폭력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던지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축구팬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라이벌 매치가 국가대항전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숙명적인 라이벌은 일본이다. 같은 동아시아권으로 일본을 넘지 못하면 세계무대를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종목에서 엇비슷한 기량을 지녀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특히 한·일전은 기량과 전술을 넘어 정신력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두 팀 모두 곤혹스러운 라이벌전이다.

일본만 만나면 유난히 힘을 내는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들에겐 ‘일본킬러’라는 닉네임이 붙는다. 야구 구대성, 축구 황선홍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국가대항전에서의 지나친 라이벌 의식은 정치적 대립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의 한국 응원단은 “일본에는 지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한국이 왜 일본에 라이벌 의식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맞서고 있다.

미녀 스포츠 스타들은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남성팬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기가 어렵다. 때로는 미녀 스포츠 스타들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녀 스포츠 스타들의 경쟁은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기력은 뒷전, 외모만으로 평가해 실력 있는 선수들이 저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라이벌 경쟁으로 인한 폐해는 해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중남미의 축구전쟁이 대표적이다. 1969년 초 멕시코 월드컵 중남미 지역예선으로 치러진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경기는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3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엘살바도르가 승리하자 온두라스 국민은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엘살바도르가 외교단절로 위협하자 온두라스는 외교단절을 선언했다. 1969년 7월 엘살바도르의 육군과 공군은 온두라스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라이벌 팀으로의 이적은 선수는 물론 팬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지난 2000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팀 FC 바르셀로나의 주장이던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는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이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일부 팬들은 피구가 바르셀로나 홈구장을 찾았을 때 피구를 향해 눈먼 돼지머리를 던져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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