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작아진 치과의사 “고소득은 옛말”

입력 2013-06-07 08:17 수정 2013-06-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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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는 더는 고소득 전문직이 아닙니다.”

개업한 지 1년이 돼 가는 치과의사 A(34)씨는 치과의사가 이제는 돈 잘 버는 직업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른 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규모 면에서 뒤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50평대로 개업하고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였다. 평수가 늘어난 만큼 CT 같은 고가의 장비도 많이 구매했고 직원도 더 뽑았다. 하지만 병원 경영은 계속 적자가 나고 있다.

“병원 개업하는데 평균 3~5억 들어가요. 다들 은행에서 100% 대출받죠.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3년 정도 분할상환해서 2년 만에 다 갚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못 갚고 있습니다. 이자 내고 생활비 100만~200만원 남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동네 치과의원이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단골이 많고 대출 빚이 없는 중장년층 치과의사들보다 이제 막 개원하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치과의원은 1161곳이 신규 개업했고 이 중 854곳이 문을 닫았다. 3곳 문을 열면 그 중 2곳은 폐업 신고를 한 것이다.

특히 2009년과 비교하면 개원 1135곳, 폐업 643곳으로 3년 만에 개업은 26곳이 증가했지만 폐업 수는 211곳이나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치과 개원가가 어려워진 데에는 경기 불황 탓이 컸다. 환자들이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를 갖춘 병원들을 선호하다 보니 대출 빚을 떠안고 개업했지만, 경기가 어려워 환자가 급감하면서 매출이 줄어들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비급여 진료가 많은 치과의 특성상 타격이 더욱 심했다.

치과의사 B씨는 “젊은 치과의사들은 개업하면 적자 나거나 남아도 한 달에 100만~200만원 정도만 가져가는 것이 태반이다”라면서 “전반적으로 모든 전문직이 어렵지만, 치과의 경영 환경은 확실히 악화됐다”라고 말했다.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는 월급의사(페이닥터)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1명의 월급의사를 구하기 위해 구인광고를 내면 최소 50통에서 100통의 이력서가 온다는 것이다. 그 중 한 명을 뽑고 나면 나머지는 다 실업자 신세가 된다.

치과의사 C씨는 “페이닥터 초봉이 200만~250만원 밖에 안 되는데 5년 차 치위생사와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그 자리도 없어서 몇 달씩 노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이상훈 치과계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원장은 “예전에는 의료 본연의 자세에 충실했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원장들이 늘어나면서 출혈 경쟁이 생기다 보니 과도한 마케팅 등 의료가 상품화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치과 개원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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