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해외 비자금 조성지로 지목된 홍콩 동일 주소지에 5개 계열사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측은 “홀딩 컴퍼니의 특성 때문”이라며 “검찰 수사와 연관지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CJ그룹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CJ는 오너인 이재현 회장 측의 해외 비자금 조성지로 거론되는 홍콩에 모두 7개의 계열사를 운영 중이다.
이중 CJ 차이나와 CJ 글로벌 홀딩스, CGI 홀딩스, CMI 홀딩스, UVD엔터프라이즈 등 5개 업체가 모두 홍콩 완차이 지역의 빌딩 동일층 주소를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CJ 차이나를 제외한 대부분 법인은 해외 계열사의 지주사격인 ‘홀딩 컴퍼니’인 것으로 전해진다.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인 셈이다. 문제는 대기업이 탈세와 비자금 운영 창구로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CJ차이나는 1994년 7월 설립됐고, 주사업은 무역업이다. 2011년 기준 자산총액은 4214억2400만원에 달한다. CJ제일제당의 사료지주회사인 글로벌 홀딩스는 2006년 6월 만들어졌고, 자산총액은 2601억6100만원이다.
지주회사로만 표기된 CGI홀딩스와 CMI홀딩스는 각각 2009년 3월과 2008년 5월에 설립, 자산 규모는 각각 447억여원, 219여억원에 달한다.
1997년 등록된 UVD 엔터프라이즈는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이 주 사업으로, 자산은 135억원이다.
글로벌 홀딩스는 2011년 CJ제일제당이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딤섬본드’(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를 발행할 당시 홍콩 현지의 발행 주체로 기능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선 검찰의 수사가 2000년대 후반 금융 거래에 집중된 만큼, 2000년대 이후 만들어진 글로벌 홀딩스와 CGI 홀딩스, CMI 홀딩스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CJ그룹 관계자는 “해당 법인이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것은 투자나 계약의 주체라는 의미를 가진 홀딩 컴퍼니의 특성 때문”이라며 “이 자체로 검찰 수사와 연관지을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은 CJ그룹의 탈세 등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이재현 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향후 수사 경과에 따라 횡령·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국외재산도피, 분식회계(자본시장법 및 주식회사의 외부감사법 위반) 등 추가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