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CEO와 관계 따라 ‘찬반’ 의사결정… 공존 혹은 대결구도

입력 2013-03-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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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감시’ 제 기능 못하는 사외이사… 경영 차질 빚고 고객 신뢰도 하락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경영에 폭넓은 조언을 제공하는 사외이사 제도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독단적 의사 결정을 견제하기는커녕 자리만 채우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경영진과 갈등을 일으키며 기업 경영에 위협을 가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어서다.

지난 2010년 일어난 ‘신한사태’는 지주 회장과 사장, 신한은행장 간의 갈등이었지만, 재일동포 사외이사의 의견 대립 및 개입으로 사건이 커지면서 신한금융의 신뢰에 치명타를 입혔다. 또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대한 입장차로 촉발된 최근 KB금융그룹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 역시 KB금융의 경영권을 뒤흔들었다.

◇사외이사 사실상 거수기 =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사외이사와 경영진 간의 감시·견제 사례보다는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던 에를 찾기가 훨씬 쉽다. 대다수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이 상정한 안건을 형식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에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재벌 및 최고경영자(CEO), 기업경영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 2006년 이후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가 없는,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던 대표적 사례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99%에 달한다.

4대 금융지주는 최근 7년간 368회의 이사회를 열고 888개의 안건을 의결했다. 부결된 안건은 2건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의 표심의 향방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사외이사들이 100%에 가까운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경영진을 견제·감시해야 한다는 본분을 망각한 처사로 외부 감시자로서의 기능은 전무했다.

조사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은 2006~2012년 총 888건의 안건에 대해 7818표를 행사했다. 이중 7117표가 찬성표였다. 찬성률은 무려 99.6%에 달한다.

표면상으로 사외이사들이 열심히 일한 것 같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천편일률적으로 찬성표를 던지면서 경영진의 든든한 비호세력으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표는 언제 나온걸까. KB금융은 2009년 유상증자 규모를 놓고 8표,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여부를 놓고 5표 등 총 22표의 반대표가 나왔다.

신한금융의 경우 2010년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은행장 등 최고경영진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조치를 받고 전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특별위원회 설치 안건에 대한 반대로 4표가 나온 것이 전부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은 한심한 수준이다. 이들은 지난 7년간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단 한표의 반대표도 던지지 않았다. 다른 곳 같으면 전무후무한 100% 찬성이 금융권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일인 셈이다.

◇공존 아니면 대결 국면 = 지난 2010년 신한금융 사태는 경영진에 대한 감독과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가 어느 한쪽 경영진과 깊숙한 이해관계를 가지면서 파가 나뉘어 기업의 경영기반 자체를 약화시킨 사건으로 회자된다.

최근 발생한 KB금융그룹 경영진과 이사회 간 권력다툼도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심케 하는 사례다. 지난 2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문제가 됐던 3명의 사외이사 재선임 및 신규선임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갈등이 봉합된 듯 보이지만, 경영진과 사외이사간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시각차(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사라진 것이 아닐 뿐더러 어윤대 KB금융회장과 사외이사간 불협화음은 지난해부터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감시와 견제라는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일정 수준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신한과 KB금융의 사례에서 보듯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유착 또는 양 측간 이해관계 차이는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 추락은 물론 지배구조를 약화시켜 경영에 오히려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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