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일 년에 딱 두 번 열리는 ‘해외 명품 대전’에 800억원대의 물량을 준비하며 대대적인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할인폭과 사이즈 부족으로 사실상 재고떨이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에는 800억원대의 명품을 50~70% 싸게 살 수 있다는 소식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행사장을 찾은 대부분의 고객들은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가 없어 제품을 구매하기 힘들었다. 브랜드마다 할인율 편차도 심해 유명 브랜드의 경우 면세점 가격과 차이가 없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지난 17일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는 할인된 명품을 구입하려고 예년 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명품대전에 2만~3만명의 고객들이 방문하는데 올해는 첫날부터 예년의 2~3배의 인원이 몰린 것 같다”며 “불황이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입하려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관 6층 이벤트홀에서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엠포리오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디젤 등 신관 9층 이벤트홀 릭 오웬스, 비비안 웨스트 우드 등 10층에서는 슈즈 컬렉션부터 분더샵, 겨울에 인기 많은 어그 부츠도 판매했다.
서울 강남에 사는 김씨(여·28)는 “할인소식을 접하자마자 왔다”며 “평소 마음에 들던 원피스를 반값에 살 수 있어서 좋았지만 광고와 달리 물건이 많지 않아 좀 실망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온 이씨는(여·30) “사고 싶은 제품은 많았지만 사이즈를 찾기가 어려웠다”며 “대부분의 브랜드 모두 나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기가 힘들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대적인 홍보와는 달리 제품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행사 기간인 17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신세계백화점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장소가 식품관 옆에 마련돼 있어 협소했다. ‘해외패션대전’ 특설매장 입구는 가판에 놓인 에트로, 멀버리, 마이클코어스 가방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행사장 안쪽에 위치한 의류 브랜드 매장들은 입구 상황과는 달랐다. 간간히 구경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 옷을 입어보거나 직접 사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질샌더, 멀버리, 닐바렛 등 총 30여개 해외패션 브랜드가 참여, 총 150억원 이상의 물량이 투입된 것치고는 매우 한산했다.
6층에 마련된 행사매장에는 막스마라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상품을 파고 있었지만 지하 매장과 달리 구경하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최민영씨는 “명품을 할인한다고 해서 왔는데 멀버리 가방의 경우 할인율이 30% 밖에 안 돼 세일기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생각보다 행사장이 너무 작고 어수선해 쇼핑하기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유명 해외브랜드도 ‘재고털이’ 나선 것”이라며 “지속적인 경기 침체에 명품할인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