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에서 배운다]사회환원,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입력 2013-02-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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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년땐 경북 인구의 1% 먹여… 상생 공존의 원칙 몸소 실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이 재정적자에 직면하면서 이른바 버핏세라고 불리는 부자증세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고 부자인 미국의 워런 버핏은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더 걷으라고 촉구하면서 부자증세 논란을 촉발했다. 당시 미 의회가 부자증세에 반대하자 오히려 부자들이 나서 의회를 비판하면서 결국 미 의회는 부자증세안을 20년 만에 합의했다. 반면 프랑스는 부자증세를 추진했지만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그룹 회장이 이에 반발해 벨기에로 국적을 변경하고 9조원대의 재산을 벨기에로 이전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복지예산 확충을 위해 부자증세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성장의 과실을 소외계층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재벌, 고소득층은 부자증세에 부정적이다. 현재 가계부채 문제와 사회 양극화는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재벌들과 부자들의 나눔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시대 부자들에게 참부자의 길을 걸었던 경주 최부잣집의 사회환원 사례는 많은 교훈을 준다.

최부잣집은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으로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데 책임을 다해왔다. 흉년일 때면 100리 밖의 굶주린 이웃에게도 곳간을 열어 쌀을 나눠줬지만,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 위한 책임 범주로 최대 범위를 100리로 정했다. 이 영역은 북으로 경북 영덕과 포항, 동으로 감포, 남으로 밀양과 울산, 서로는 하양과 경산까지 아우른다. 당시 경상북도 인구의 약 1%를 흉년 때 최부잣집이 도와준 것이다.

최부잣집은 흉년이 들면 동네 어구에 활인소(조선시대 빈민구호기관)를 지어 대형 가마솥을 여러 개 걸어 놓고 죽을 끓여서 빈민을 구제했다. 또 곳간을 열어 쌀도 나눠줬는데, 그 양이 막대했다고 한다. 겨울에는 옷을 지어주는 등 굶주림과 추위로 죽는 사람이 없도록 가난한 사람들을 구호했다.

최부잣집은 사람이 없으면 부는 생성할 수 없다는 상생공존의 원칙을 일찍이 깨우쳐 베푸는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 진정한 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상생공존의 원칙을 가장 잘 나타낸 사례로는 최부잣집 만석 부자의 기틀을 다진 최국선(1631~1682년)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버려진 땅을 개간해 옥토로 만들어 재산을 늘렸지만 노년에는 재산을 모으기보다 친척과 향리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돈을 썼다고 한다.

최국선은 돈을 빌려 주고 담보로 받은 문서가 서랍에 가득했으나 절대 독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반드시 받으려고 빌려준 것이 아니지만 돈을 갚을 사람은 갚을 것’이라며 담보로 맡은 땅이나 집문서는 주인에게 돌려주고 차용증서는 모두 불태워 빚을 못 갚는 채무자의 채무를 탕감해줬다.

또 최부잣집은 단순히 구휼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 공헌과 의병활동이나 독립운동 지원에도 힘을 쏟았다. 지역 향교(조선시대의 지방교육기관)를 지원하고, 사마소(조선 중기 지방의 각 고을마다 생원과 진사들이 설립한 협의기구)를 건립하는 데 도움을 줬다.

최부잣집은 마지막 재산을 지킨 최준이 해방 후 인재양성을 통한 부국을 바라며 전 재산을 출연해 대학을 설립함으로써 영원한 베풂을 실천했다. 최준은 현재 영남대학교 전신인 대구대학 설립(1947년)과 계림학숙 설립(1950년) 때 두 차례에 걸쳐 전 재산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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