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 이것부터 뽑자]납품단가 압박, 멍드는 협력사

입력 2013-01-2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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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공개입찰로 가격인상 ‘언감생심’… “동반성장 잘 써 달라”합의서 강요도

“납품 대금을 제대로 받는 게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아무리 건설 경기가 나쁘다고 하지만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대형 건설업체에게 레미콘을 납품하는 A사의 대표는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최근 그는 대기업으로부터 ‘레미콘 납품 대금을 분기에 일괄 감액한 계산서로 발행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는 “예전에도 물차, 몰타르, 골재 등을 무상 제공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이 채용하는 현장인원 인건비도 일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며 불공정한 대기업의 횡포에 치를 떨었다.

2년 전 ‘동반성장’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등장하며 ‘대기업-협력사’간의 불공정 행위가 사라졌다는 말도 많다. 그러나 현장의 말은 달랐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구매담당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반성장 평가조사가 나올 때 잘 써달라고 요구하며 이에 대한 합의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역시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정상적으로 물건을 납품하고 대가를 받으면 전혀 문제가 없겠지만, 대기업들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 힘으로 중소기업에게 무분별한 ‘원가절감(CR·Cost Reduction)’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건설처럼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분야는 최근 들어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분양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납품대금 대신 떠 넘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요사이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을 외치며 납품가 현금지급, 부당한 납품가 인하 근절 등을 실천하고 있지만, 실제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5~6개 그룹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부품 납품업체인 중소기업 J사에선 최근 대기업이 원자재 소재 변경을 요구해 단가 상승이 일어났지만, 납품가는 10년째 요지부동이다. 인건비도 몇 년새 30%나 올랐다. 그러나 계약 유지가 당면 과제인 만큼 협력사가 인상 요구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J사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10%대의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지만 납품 협력사들은 5%만 넘어도 단가인하 압박이 들어온다”며 “경기가 나쁠 때는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호경기로 영업이익이 많이 날 때는 납품가가 낮아질까봐 영업이익을 일부러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납품가를 깎지 않더라도 협력사를 옥죄는 방법은 다양하다. 경쟁업체와의 지나친 공개입찰은 가격 인상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 중 하나다.

조선업계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K사는 하루가 멀다 않고 돌아오는 공개입찰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K사는 과거보다 빈번해진 공개입찰에 대해, 중소기업 간 경쟁을 의도적으로 과열시켜 납품단가를 인하시키는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K사 관계자는 “업계 불황으로 일감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공개입찰을 빈번히 할 이유가 뭐겠냐. 의도적으로 경쟁을 일으켜 가격을 낮추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동반성장위원회, 산업연구원 관계자들은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원가인하 요인은 불가피한 요소지만, 이는 대기업과 협력사 간 기술 개발과 같은 협력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지 협력사에게 떠 넘겨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사 기술 투자를 대기업이 지원해 CR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나온 이익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대기업이 앞장서 부품 국산화뿐 아니라 공동 기술개발, 품질개선, 생산성 향상 등 다양한 공동 혁신을 만들어 원가를 절감하고, 이를 위한 성과공유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납품가 인하 시 최소 6개월 전 사전 통보해 대처할 기간을 주고, 업종에 따라 납품가 외 유지보수 비용을 책정해 안정적인 협력사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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