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입력 2013-0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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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 문제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처음 발표한 인수위 몇몇 인사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인수위원 인선이 늦어지고, 정권 인수 작업은 물론 조각까지 차질을 빚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당선인이 출범 초기 잘못된 인사로 5년 내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인사검증 작업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하고, 그래서 다행이다.

문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윤창중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여러 글과 말을 통해 극단적 표현을 일삼으며 편을 갈랐고, 많은 적을 만들었다. 야당이 통합을 내세우는 박 당선인의 인사로 적합하지 않다며 공격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다. 심지어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그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가 칼럼을 쓰거나, 방송에 출연해 밝힌 소신을 탓하는 게 아니다. 다만 대통합을 표방한 박 당선인의 첫번째 인사 대상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뜻이다.

그동안 그의 말과 글이 정치적 소신이었다면, 인수위 대변인 자리가 자신의 몫이 아님을 알고 스스로 사양했어야 옳았다. 정치적 소신이 아니고, 한자리 해 보기 위해 시류에 편승한 것이라면 언론이나 세상의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그래서인지 당사자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자신의 글과 말로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가 고작이다. 참으로 염치가 없다.

그 자신 윤봉길 의사의 후손 임을 내세울 정도라면 명예를 알 것이고, 그 분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임명권자인 박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게 세상 이치다.

비단 윤 대변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인수위원들은 논의도 안한 정책들을 언론에 공개하는 우를 다시 범하고 있다.

김경재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지난해말 임명된 직후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한 해양수산부 부활과 관련, 호남 유치를 공론화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그 의견을 이야기했더니 광주 현지에서는 대단한 환호”라고 지역민심을 소개했다. 그러다 실현 안되면, 그 지역 주민들이 새 정부에 대해 불만을 쏟아낼 것이 아닌가.

국민통합이라는 중책을 맡은 분이 오히려 지역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새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역사업만 챙긴 쪽지예산의 지역이기와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결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위원들이 중구난방으로 얘기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혼란만 준다.

김상민 청년특별위원장의 경우가 그렇다. 그도 임명되자 마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반값 등록금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자신의 역할과 주제를 생각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것 처럼.

이런 점에서 김용준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인수위원장, 부위원장, 위원, 직원 등은 맡은 바 업무에 전념하되, 직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며 비밀을 누설하거나 대통령직 인수업무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적절했다. 그는 또 “제 욕심이라면 너무 큰 욕심을 갖고 일을 벌일 게 아니라 대통령직이 원활하게 인수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또한 인수위원들과 논의해서 권한을 최소한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처신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인수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말을 삼가야 한다. 정책을 직접 담당하지 않는 참모일 경우 결정은 자신의 몫이 아님을 알고,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예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발언이나 성급한 말로 화를 입었다. 오죽하면 인도의 승려 법구(法救)가 법구경(法句經)에 다음과 같은 말의 무서움을 경계하는 구절을 담았을까.

‘모든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온다.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듣기 싫어하는 말을 마라. 자신에 불행한 운명은 바로 자신의 입에서 부터 시작된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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