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돼봤자.."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중소기업

입력 2012-12-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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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줄고 규제만 늘어

성장을 기피하는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기업군이 분류되는 순간 100여가지가 넘는 혜택을 포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 눈치를 더 봐야하기 때문이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이 중소기업 졸업기준을 회피하려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이 같은 실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소규모 신설법인을 세우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논란이 일고 있는 삼보컴퓨터 사례를 들 수 있다.

국내 첫 PC업체로 대기업으로 분류됐던 삼보컴퓨터는 지난달 말 중소기업청에서 ‘중소기업 확인서’를 받았다. 삼보컴퓨터가 중소기업 확인서를 받은 시점은 공교롭게도 정부가 데스크톱 PC를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선정했을 때다. 삼보컴퓨터가 스스로 중소기업행을 택한 것은 겉만 화려한 중견기업 타이틀보다 공공기관 납품자격을 얻는 게 실익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제조업에 속하는 중소기업 기준은 상시 근로자수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로 규정돼 있다.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이 15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삼보컴퓨터는 지난 2010년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올해 7~8월에 직원 280여명에서 40%를 감원해 현재 근로자수는 120명이다. 또한 중소기업 매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신설법인 설립을 강구했다. 삼보컴퓨터는 지난 10월 신설법인 ‘TG삼보’를 설립한 후 당초 가지고 있던 PC영업과 서비스 사업을 넘겼다. 이후 제조사업분야도 TG삼보로 넘기면서 삼보컴퓨터는 부동산 사업만 갖게 됐다.

PC업체로서 부동산 사업만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컴퓨터’란 상호명이 있는 것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 삼보컴퓨터 측은 신설법인 ‘TG삼보’의 이름을 다시 ‘삼보컴퓨터’로 바꿨다. 결국 대기업의 ‘구(舊)삼보 컴퓨터’에서 중소기업의 ‘신(新) 삼보컴퓨터’로 완벽하게 변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 확인증을 발급해준 중소기업청은 이 같은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법령 등을 바탕으로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는 삼보컴퓨터가 판로지원법을 어겼는지에 대한 내용을 확인 중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판로지원법 8조 2항은 모기업에서 분할된 기업들이 동종업종을 영위하면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삼보컴퓨터가 이 조항에 적용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편법을 쓰는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 되면 혜택은 급감하고 규제는 늘어나다 보니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미 예전부터 확산된 현상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중견기업으로 육성하자는 정부의 목소리가 높지만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으로 머물러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이득”이라며 “중소기업, 중견기업 등 기업 특성에 맞는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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