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그 역시 다를 바 없었다"

입력 2012-11-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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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다. 정당 혁신과 정권교체 내용을 포함한 새정치 공동선언문 채택 등 7개항에도 뜻을 같이 했다. 이제 남은 건 양측이 서로 생각하는 정치쇄신의 폭을 좁히고, 대선에서 이기는 후보로의 단일화를 위한 방법을 여하히 찾느냐다.

야권으로서야 정권 교체를 위한 큰 원칙에 합의한 만큼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고, 대선 승리도 눈앞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후보 단일화 합의에 따라 새누리당의 대응도 빨라지는 등 40여일 앞으로 다가 온 대통령 선거판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요동칠 것이다.

그런데 뭔가 마뜩치 않다.

정권 교체가 애초 목적이었다면, 안철수의 도전은 거의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쇄신과 미래를 위한 변화를 기치로 출사표를 던질 당시, 안철수 후보의 비장한 모습을 떠올린다면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는 기성 정치를 바꾸기 위해 출마한다고 했다. 기성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도록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도 했다. 그는 주변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 대선 출마 선언까지 수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갖은 욕과 비난을 받았고, 마침내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성 정치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래서 이번 선거가 과거 어느 선거와 달리 새로운 정치가 열리는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었다. 실제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안철수 후보가 있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가시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단일화 협상에 나선 점이 석연치 않다. 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정치쇄신과 기득권 포기라는 문구를 넣는데 성공했지만, 기대한 성과를 낼 지 의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내건 정치쇄신안을 내놓고, 문재인 후보가 정치개혁을 약속한 만큼 이만하면 되지 않았느냐고 할 지 모르겠다. 이 정도가 목표였다면, 그 동안 그가 내쏟았던 무수한 가치들과 이데올로기는 정권을 잡기 위한 책략이었다는 것인가.

그가 단일화 협상에 나선 이상 후보가 되든, 아니면 탈락하든 개혁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던 기성 정치판에 오히려 함몰된 꼴이 됐다 . 가치 연합이니 정책 연대니 하며 단일화의 의미를 포장하지만, 썩 어울리지 않는다.

세간에서는 단일화 협상은 그의 발빼기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제 막 단일화 협상이 시작된 상황에서 섣불리 그의 양보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간의 추측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아직 나이가 젊어 차기 혹은 차차기에 기회가 있다는 점이 양보 가능성을 높게 보는 첫번째 이유다. 다음으로 선거가 막판을 향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과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후보처럼 펀드를 조성하거나,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매각대금으로 선거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그리 녹록치 않다. 막판 양보를 통해 명분과 그에 상응한 실리를 챙기려는 속셈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하는 이유다.

협상을 통해 자신이 단일 후보가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자신이 생각하는 개혁과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국민들의 열망과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열망과는 괴리감이 크다. 그는 국민들의 변화를 위한 열망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기성 정치 세력 간의 정권 교체보다는 정치권의 개혁과 대대적 인적 쇄신을 더 바라고 있다.

그가 후보가 되지 않는 이상, 그 변화는 기대난망이다. 더우기 그가 강조해 온 꿈과 미래를 위한 변화에 박수를 보냈던 수많은 지지자들이 느낄 낭패감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단일화는 더 이상 감동적이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단일화는 야권의 고정 메뉴가 됐고, 단일화를 위한 양보는 이미 지난해 9월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경험했다.

오히려 단일화의 부정적 이미지는 극복 과제다. 두 후보 간 단일화는 경제논리로 치면 권력쟁취를 위해 선두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담합하는 것과 같다. 또한 강제력은 없지만,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단일 후보에 대한 지지를 강요하는 강매로도 볼 수 있다.

때로는 아름다운 패배가 젊인이들에게 더 큰 교훈이 될 수도 있다. 결과 못지 않게 과정도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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