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메스 등 반도체 장비 자회사 3곳을 하나로 합치기로 한 것은 불황의 시대를 맞아 개별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일각에서는‘경제민주화’ 등을 의식해 비주력 계열사 수를 줄이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전공정 업체인 세메스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반도체 후공정 설비업체 세크론, 반도체 설비 개조 전문업체인 지이에스와 합병하기로 했다.
이들 3개사는 모두 삼성전자의 자회사다. 삼성전자는 세메스 89.01%, 세크론 92.15%, 지이에스 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매출 대부분을 삼성전자 납품에 의존한다.
합병 이후 3개사 중 매출, 자산, 인력규모가 가장 큰 세메스가 세크론, 지이에스의 모든 인력과 자산을 승계받게 된다. 3개사는 다음달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통합은 반도체 불황 속에 장비업체의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높이려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과 일본 장비업체들도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있어 이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세메스는 3사 합병을 통해 반도체 장비 전공정·후공정·설비개조 기능을 모두 갖춘 반도체 장비 토탈 솔루션 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연 1조원 매출 규모의 반도체 장비회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세메스는 2017년까지 10대 반도체 설비업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메스 경영지원팀 류두현 상무는 “반도체 공정에서 설비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영자원과 사업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통합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룹 계열사 수를 조정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고 해석한다. 정치권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중소기업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대기업을 비판해왔다.
세메스 등 3사는 삼성그룹 국내 계열사 78곳에 포함돼 있다. 이번 통합으로 삼성 계열사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들 반도체 장비회사 외에도 삼성메디슨과 삼성광통신 등 일부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