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형체불명 항공기도 복원하는 ‘마이다스 손’

입력 2012-09-16 20:24 수정 2012-09-16 21:0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대한항공 부산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를 가다

약 70만㎡나 되는 광활한 대지위에 펼쳐진 대한항공 부산 항공우주사업본부(테크센터). 지난 14일 방문한 이곳은 1976년에 완공된 만큼 공장들의 외관은 다소 허름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별천지가 펼쳐졌다.

수십 개의 공장 안에서는 F-15를 비롯해 F-16, A-10 등 전쟁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공군 전투기들이 비록 망가진 상태지만 늠름하게 복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고 무려 70m가 넘는 엄청난 크기의 항공기들이 와이어에 매달린 기술자들의 섬세한 기술에 의해 성능이 개선되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항공기 종류를 불문하고 아무리 망가져도 새것으로 탈바꿈시키는 ‘2700명의 마이다스의 손’, 대한항공 테크센터다.

◇ 꼼꼼한 점검· 완벽한 복원 = 대형 항공기 2대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격납고 (2-Bay Hangar)에 들어서니 와이어에 매달린 기술자들이 서커스 공연을 펼치듯 항공기 중정비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 날 점검대에 오른 항공기는 지난 2003년 도입된 A330다. 약 2만600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는 이 항공기는 19일 간에 걸쳐 정비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은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개조작업을 비롯해 연료탱크점검, 날개 라인 체크 등 작업지시서만 1000매가 넘는다.

최준철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장은 “이 곳에서는 중정비작업(C)의 경우 1년 6개월 마다 시행하며 전체 대규모 정비작업(D)은 6년 마다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엔지니어가 파손된 UH-60 헬리콥터를 다시 기동할 수 있도록 항공기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 항공기 복구를 위해서는 외형뿐 아니라 각종 전자장비까지 모두 점검해야 한다.
또 전투기 정비·복원 공장인 미군항공기 작업장으로 들어서면 심하게 파손된 전투기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국내 최초로 생산된 헬리콥터 500MD 뿐 아니라 천안함 사태 당시 활약했던 해군의 링스 헬기도 보였다.

최 본부장은 “링스 헬기의 경우 동체만 남은 채 이곳으로 왔지만 점검을 통해 역으로 설계도를 작성하는 작업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며 “역설계 정도는 우리에게 이제 어렵지 않은 작업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전투기도 이곳에만 오면 새것으로 재탄생된다. 단지 시간(3년~5년)이 조금 걸릴 뿐이다. 간혹 복구가 불가능할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부품은 최대한 재활용된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테크센터에서는 연간 총 150대(군용기 115대, 민항기 40대) 정도의 비행기 정비와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

◇ 항공기 부품 조립으로만 연 1억8000만 달러 = 무빙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민항기 제조공장. 이는 자동차 생산 시 적용되는 컨베이어 시스템에서 착안해 낸 것으로 현재는 7개의 조립스테이지가 돌아가며 에어버스 항공기 후방동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건형 사업관리 팀장은 “무빙라인 도입 이후 생산속도가 훨씬 빨라져 월 25대 후방동체 생산도 가능해졌다”며 “확장 작업을 통해 내년 7월부터는 월 50대까지도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복합소재 기술로 개발한 연료 절감형 항공기 날개 구조물인 에어버스 A320 샤크렛(Sharklet)이 최종 조립 단계에 있는 모습
또 한편에서는 A320 샤크렛(윙렛부분) 만들기에 한창이다. 샤크렛은 보기에는 날렵하지만 한 쌍 무게가 무려 198kg나 된다. 특히 친환경 제품을 표방하며 연간 700톤의 CO2 절감을 통해 연료 효율을 약 3.5% 이상 향상시켰다.

이 외에도 보잉사의 차세대 대형 여객기 B747가 연간 400여대 조립되고 있으며 2006년부터 보잉사의 B787 제작 및 설계 사업에 참여해 최근에는 B737NG 항공기 플랩 서포트 페어링 4000대 생산을 달성했다. 관련 구조물 납품으로만 매년 1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매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도장·개조 등 못하는 게 없어 = 항공기 조립, 정비 외에도 테크센터는 할 일이 많다. 70~80m 길이에 육박하는 거대한 항공기 페인트칠도 해야한다. 친환경 최첨단 항공기 도장 시설(Paint Hangar)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놀라는 부분은 가로·세로 약 80m에 달하는 거대한 바닥에 페인트 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페인트에 전기를 흘려 자성이 생기면 바로 흡착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페인트 overspray(적정량 초과)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1998년 700억원을 들여 친환경 공장으로 설계된 이 곳 천정에는 약 170여개의 에어노즐이 장착돼 있다. 독일에서 들여온 이 노즐은 공기 중 먼지, 분진 등 나쁜 공기는 지하로 분리시켜 적절한 작업환경을 만들어준다.

이 곳에서는 연간 130~150대에 이르는 비행기의 페인트칠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약 23대는 외국항공사가 의뢰한 건수다.

▲여객기에서 화물기로 개조한 B747-400F 화물기가 정기 정비작업을 위해 부산테크센터에 주기돼 있다.
▲정비사들이 여객기에서 화물기로 개조된 B747-400F 화물기 내부 구조물을 점검하고 있다.

그 외 ‘오래된(10~15년) 여객기의 화물기 개조’ 작업도 테크센터의 향후 신성장 동력이다. 정비 공장 외부 마당에 여객기였던 B747-400가 화물기로 변신해 서 있다.

이는 테크센터가 2006년 처음 화물기로 개조한 여객기로 약 6개월에 걸쳐 2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의자 등을 들어내고 화물기에 필요한 전기, 와이어, 에어컨시스템 등을 보강했으며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도어(Door)를 설치했다.

테크센터 관계자는 “중고 화물기 가격은 새롭게 제작된 항공기 대비 50% 정도 저렴해 향후 경제적 측면에서 전망이 밝다”며 “전 세계에서 개조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중국 TAECO와 국내 대한항공이 유일하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진화하는 테크센터는 글로벌 Top 10 수준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액은 6000억원, 2015년 목표액은 1조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북한 3차 오물 풍선 살포에 모든 부대 휴일에도 비상근무
  • 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 ‘경고등’…11년만에 최고
  • '그알' 태국 파타야 살인 사건, 피해자 전 여자친구…"돈 자랑하지 말랬는데"
  • MBTI가 다르면 노는 방식도 다를까?…E와 I가 주말을 보내는 법 [Z탐사대]
  •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국회 예산 협조부터 '난항' 전망
  • [송석주의 컷] 영화 ‘원더랜드’에 결여된 질문들
  • 1~4월 부가세 수입 40조 넘어 '역대 최대'…세수 펑크에 효자 등극
  • 정부, 9일 의협 집단휴진 예고에 총리 주재 대응방안 발표
  • 오늘의 상승종목

  • 06.0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950,000
    • -0.07%
    • 이더리움
    • 5,196,000
    • -0.19%
    • 비트코인 캐시
    • 660,000
    • -3.23%
    • 리플
    • 697
    • -1.13%
    • 솔라나
    • 222,500
    • -3.05%
    • 에이다
    • 615
    • -2.54%
    • 이오스
    • 994
    • -3.68%
    • 트론
    • 161
    • +1.26%
    • 스텔라루멘
    • 140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79,700
    • -2.92%
    • 체인링크
    • 22,570
    • -1.66%
    • 샌드박스
    • 580
    • -5.6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