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동빈곤층 10대]밤낮없이 일해도 고작 60만원…최저임금도 못 받아

입력 2012-09-10 11:36 수정 2012-10-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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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지옥 알바'로 내몰리는 청소년들

#지난 8일 오전 6시. 서울 목동의 중심상가에서 만난 김근용(18·가명)군은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건물 외벽청소를 6개월 째 하고 있다. 위험수당이 붙은 하루 일당은 7만원. 일이 늦게 끝나면 12시간 이상 꼬박 채운다.

김 군은 생활비에 동생 학원비까지 마련하기 위해 1년여 전에 학업을 포기했다. 처음에는 용돈을 한 푼이라도 아낄 마음에 끼니를 무료로 해결할 수 있는 분식집 배달을 시작했다. 시급 3300원, 하루 일당 4만원을 받았지만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건설현장을 전전하던 김 군은 위험부담은 있지만, 제법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건물 외벽청소라는 일자리를 처음 알았다.

#같은 날 오후 7시 경기도 의왕시 의왕역 앞. 가벼운 차림의 10대 청소년 4명은 부곡물류센터 일용직 아르바이트생들이다. 밤잠을 포기하면서까지 ‘공부’대신 ‘노동’을 택한 이유는 5만원의 두둑(?)한 일당 때문이다. 장모(18)군은 “주간 아르바이트보다 시간 당 1000원 정도 더 받고, 배달 등과 같이 위험부담이 없어 이 일을 택했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은 성인과 같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들은 주로 시간제로 채용돼 4대 보험 혜택은 커녕 최저 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벌어도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까닭에 밤샘노동도 불사하지만 근로 현장에서 경험하는 폭력과 성희롱에 두 번 울고 있다.

◇용돈벌이 아닌 생계유지= 10대 청소년들이 생계를 위해 같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지만 임금에서 차별받고 있다. 10일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학생 중 50%가 최저임금(시급4000원) 미만을 받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8%는 임금체불이나 미지급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수현(19)군 역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그는 지금껏 초과근로수당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김 군이 하루 7시간, 주5일 일하며 한 달에 받는 돈은 60여만원.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겨 받고 있다. 그는 취재 내내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 곳은 없었다”며 “가능한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군은 “성인과 같은 일을 하지만 사업주들은 10대들에게 최저임금 제도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 군의 경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10대들이 노동력을 제공하고도 임금을 제 때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사업주 마음대로 아르바이트 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핑계로 사업주들 간 약속이나 한 듯 임금 15%정도를 떼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업 등의 이유로, 오랜 기간 근무하지 못한다는 10대 청소년들의 현실을 악용한 것이다.

◇저임금에 밤샘노동도 일쑤 = 10대 청소년들이 한 달 꼬박 일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60만~70만원으로 생계를 책임지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장시간이나 밤샘 노동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전교조가 2011년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학생의 20.8%가 야간 노동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마감시간은 보통 밤 10시다. 체인빵집에서 일하는 김가연(19·가명)양은 10시까지 카운터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20분 정도 남아 뒷정리를 한다. 또래 10대 남자 청소년들은 배달을 일찍 마치면 11시, 길어지면 새벽까지 일이 이어진다. 택배 야간 물류 상하차 작업, 주야간 맞교대 및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청소년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폭력-배달사고-성희롱에 노출 = 10대 청소년 근로자들을 임금 차별뿐 아니라 폭력, 성희롱에 노출돼있다. 아르바이트 과정에서 폭언은 물론 폭행, 성희롱, 성폭력 피해 경험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전교조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경험 도중 성희롱이나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우는 30.9%에 달했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의 조사에서는 폭언 등 인격모독의 경험 비율이 40.2%로 나타났다.

특히 일하다 부상당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2010년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는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처우나 침해를 받는 사례를 분석한 결과 아르바이트를 하다 다친 경험은 학생은 30.3%, 학교밖 청소년은 27.0%로 나타났다.

또한 여중생이나 여고생들이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쉽게 항의하지 못하고 숨기기에 급급하다. 일자리를 잃는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김익준 청소년인권운동가는 “10대 청소년들이 부당하게 대우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신고하는 법도 알고 있지만 아르바이트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꺼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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