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유통업계 2%가 부족하다

입력 2012-09-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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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용문’(登龍門)이라는 말을 잘 알 것이다. 황하 상류에 있는 용문이라는 계곡을 오른다는 얘기인데, 옛날에는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오르는 출세를 뜻했다. 용문 근처는 물살이 빨라 통과하기 어려운데도 이곳을 넘으면 물고기들이 용이 된다는 말에 큰 고기들이 수없이 모여들었다고 ‘후한서’(後漢書) ‘이응전’(李膺傳)에서 전해 내려온다. 요즘도 어려운 관문을 넘어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출발점에 서게 됐다는 뜻으로 통한다.

한국의 유통그룹은 어디쯤에 와 있을까?

백화점만 놓고 보면 등용문을 통과하고도 남았다. 신세계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 명희씨가(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백화점에서 출발해 현재의 그룹을 만들었다. 외국의 창고형 마트를 한국에 적용해 이마트를 만들었고, 현재 국내 대형할인점 1인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경영은 3세로 넘어가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롯데쇼핑도 백화점으로 시작해 면세점 사업과 대형할인점 사업, 가전, 프랜차이즈 등 유통과 관련 있다고 하는 모든 부분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 마디로 몸집만 놓고 따져 봤을 때 왠만한 식품 회사의 10~100배 이상의 크기로 회사를 키웠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넘어서 휴대폰과 가전(TV) 부문에서 세계 1,2위를 다투고, 현대차가 글로벌 5위에 올라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와 경쟁하는 동안 유통업계는 두번째 용문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단순히 최근 몇 개월만 봐도 그렇다. 7월까지 대형마트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개월째 하락세다. 백화점 역시 비슷한 처지다. 3개월을 넘어 4개월 연속으로 매출이 떨어진 건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불황과 정부의 규제가 거세긴 했다. 판매수수료 인하와 휴일 영업 금지 등 정부의 입김과 지표에서 나타나듯이 소비의 감소는 곧바로 대형유통업체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위기를 예상하지 못해서였을까? IMF와 금융위기 등 내수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었다. 또 잘 버텨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향후 유통업태에 대한 고민 부족과 해외진출의 실패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예를 들어 창고형 할인매장은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깬 건 역설적이게도 외국기업 코스트코였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의 ‘빅마트’는 코스트코의 성공을 보고 다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말 그대로 뒷북을 친 것이다.

해외진출은 롯데마트가 해외 200호점을 넘는 등 외형확대는 뚜렷하다. 하지만 아직 브랜드 인지도나 실질적인 이익은 기대에 못미친다. 이마트는 일부 중국 매장을 철수하는 등 실패의 쓴 맛을 보고 있다.

흔히들 ‘한계에 봉착했다’는 말을 한다. 첫번째 용문을 오른 거대한 물고기들이 주춤거리는 상태다. 두번째 용문을 넘어 용이 되기 위한 절실함이 롯데와 신세계가 아직도 갖고 있다면 새로움에 대한 비전을 보여야 한다. 노는 물이 다르다면 향후 10년에 대한 미래 설계도 ‘급’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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