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는 지금 '떼거리 전쟁' 중

입력 2012-08-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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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한 사람을 꼭지점으로, 조연과 단역 그리고 엑스트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가 가장 이상적인 영화 캐스팅 구조의 형태다. 하지만 요즘 개봉 영화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톱 주연이 아닌 쓰리톱, 포톱 등 떼거리 주연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1000만 영화’ 도둑들은 무려 ‘텐(10)톱’ 시스템이다. 문자 그대로 충무로가 떼거리 주연 전쟁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도둑들
최근 박스오피스를 이끄는 두 영화의 사례를 보면 답은 명확하다. 스타 파워를 등에 엎은 흥행성 보장이다. ‘도둑들’의 경우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기획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연만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등 무려 10명이다. 배우 한 명당 족히 200만~300만 명은 끌어 모을 수 있는 이름값이다. 영화 개봉 전 만난 최동훈 감독은 “각각의 배우가 가진 시너지가 큰 폭발력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우 한 명당 얼마씩만 끌어 줬으면’이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어떤가. “차태현이면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는 충무로 캐스팅계 공식마저 있다. 그의 관객 동원력을 의심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런데 차태현 외에 오지호 민효린 고창석 성동일 등 6명의 배우가 더 이름을 올렸다. 개봉 2주차 만에 300만 명을 넘었다. 일간 박스오피스에선 ‘도둑들’마저 넘었다.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이렇듯 두 영화의 공통점은 스타 파워에 따른 보장된 흥행성을 노린 것이다. 한 명이 200만 명이면, 다섯 명은 1000만이란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영화가 태생적으로 스토리 부재에 자유롭지 못한 점이다. 하지만 해결책 역시 간단하다. 전체 플롯 자체를 배우별 시퀀스로 나눠 놓은 뒤 하나의 결론으로 도달하는 방식을 택하면 된다. ‘도둑들’이 택한 방식이다. 배우별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체 스토리를 묶은 뒤 하나의 결론을 내놓는다.

이런 현상은 충무로의 문제점으로 볼 수도 있다. 확고한 ‘원톱의 실종’이다. 이름만으로도 수백만 명을 보장한다던 송강호는 지난해 말 ‘푸른소금’과 올해 초 ‘하울링’이 연달아 참패했다. 배우 장동건은 ‘마이웨이’로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원톱형 배우들의 자리를 ‘조연급 주연’ 배우들이 대신하면서 주연을 3~10명으로 하는 멀티 캐스팅이 붐을 이루게 됐다. 물론 멀티 캐스팅을 대세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한 영화 제작자는 “다수의 캐릭터 모두에게 고른 시선을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전체 스토리와 집중력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태생적으로 멀티 캐스팅 영화는 한국 영화 관객들이 유난히 민감해 하는 스토리 라인의 부실성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제작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바로 ‘새로움’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연일 개봉되는 신작 영화의 물결은 기시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새로운 기획력이 생존의 법칙으로 떠오른 가운데 다수의 주연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역시 새로운 기획의 하나이다.

▲알투비:리턴투베이스
CJ 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 홍보팀 이창현 부장은 “이제 전통적인 관점의 스토리 라인은 큰 의미가 없다. 스토리를 대신할 볼거리를 줄 수 있는 기획력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캐릭터의 필요성이 커진 것”라고 집단 주연 체제 영화 등장의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개봉한 멀티 캐스팅 영화부터 현재 개봉 대기 중인 ‘점쟁이들’ ‘신세계’ ‘간첩’ ‘베를린’까지. 이른바 떼거리 주연의 영화는 이제 충무로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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