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오롱의 ‘황금실’ 헤라크론 생산 현장을 다녀오다

입력 2012-08-19 20:2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실 한 상자가 1000만원입니다. 가격이 일반실에 비해 수십 배 비싸 저희는 ‘황금실’이라고 부르죠. 국내에서는 최초,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개발했습니다”

지난 17일 ‘황금실’ 헤라크론을 생산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북 구미 생산 공장에 방문했다. ‘성공신화 우리손으로, 헤라크론 세계로’라는 구호가 곳곳에 붙여져 있는 생산현장은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신소재를 향한 직원들의 열정도 뜨거웠다.

헤라크론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1979년부터 2000억 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끝에 2005년 개발에 성공한 슈퍼섬유 아라미드 섬유다. 강철보다 5배나 강하고 불에 타지 않으며 늘어나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방탄복과 방탄헬멧 등 군수물자, 타이어 코드, 광케이블 소재, 우주항고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한 가닥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이게 폴리머입니다. 만져보세요”

헤라크론 본공장 안에 들어서자 직원이 한 손 가득 연두색 빵가루 같은 것을 들고 있다. 이 가루의 정체는 폴리머. 폴리머는 헤라크론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료다.

헤라크론를 만드는 공정을 살펴보면 원료를 중합해 폴리머를 만들고 폴리머를 솔벤트에 녹인다. 이 과정을 거치면 기포가 20% 가량 차지하는 죽과 같은 형태가 된다. 이 죽과 같은 형태의 물질을 노즐에 넣고 압력을 가하면 단면적이 1㎟인 필라멘트가 나온다. 약 1500여개의 설비공정을 거친 필라멘트 1000개를 꼬면 한 가닥의 원사가 완성된다. 한 가닥의 원사는 350㎏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강도를 가진다.

박종태 코오롱인더스트리 헤라크론 생산센터(PC)장은 “(헤라크론 생산에는)폴리머를 만드는 기술과 실을 만드는 기술이 가장 중요한 키(key)”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산된 헤라크론은 성능 시험을 거친 뒤 △방탄복, 방탄헬멧, 내열·방호재 등 방탄 복합 소재 △타이어 코드지, 고무호스, 벨트 등 섬유 보강 고무소재 △광케이블 소재 등 각 수요처로 공급된다.

코오롱은 향후 헤라크론의 성장성을 전망, 더욱 이 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박 PC장은 “(아라미드 섬유) 산업은 한 해 10% 이상 성장하는 사업”이라며 “석면을 대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시장 성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연간 생산량은 5000톤 정도로 점유율은 약 8% 수준”이라며 “소송이 끝나고 규모의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선 지금의 2~3배 이상까지 생산능력(케파)를 키워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듀폰과의 소송 결과=코오롱이 아라미드 섬유 산업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현재 아라미드 섬유 시장 1위 업체인 미국 듀폰과의 소송 결과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듀퐁은 지난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이 영업비밀을 빼내기 위해 듀퐁의 전 직원들을 고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미국 법원은 코오롱이 듀폰에 9억199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받아들였고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35만 달러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에 코오롱은 즉각 항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오롱 직원들은 이번 소송결과에 대한 심경이 마치 ‘마른 하늘의 날벼락’같다고 표현했다. 듀폰의 견제를 지난 30년간 제쳤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큰 고비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코오롱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故) 윤한식 박사가 1979년부터 추진하던 아라미드 섬유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를 1981년부터 본격 지원했다. 곧 코오롱은 관련 물질특허를 미국, 영국, 일본 등 7개국에 출원했으나 듀폰의 견제로 특허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코오롱은 이 특허권분쟁에서 승소했지만 승소 이후에도 듀폰이 아라미드 섬유 생산에 필요한 주원료 등이 한국에 공급되지 못하도록 방해해 양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더 소요됐다. 그리고 현재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걸려있다.

이에 대해 박종태 PC장은 “이번 소송 결과에 울분이 터진다”며 “1984년도에 입사해 30년이 넘게 헤라크론의 개발 과정을 지켜봤고 하루 아침에 헤라크론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코오롱이 아라미드 섬유를 개발하며 시장에서 커가려고 하니 독점하는 위치에 있던 듀폰이 이를 제지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러한 우려에도 코오롱 헤라크론 생산 현장 직원들은 이번 소송이 잘 풀릴 수 있도록 한 마음 한 뜻으로 헤라크론 생산에 임하고 있다.

김홍열 노조위원장은 “교대로 미국에 가서 시위를 할까 생각했을 정도로 직원들이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을 향한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이번 소송에도 해외 수출 비중이 90%를 넘는다는 점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소송 직후 제품 주문을 할 때 바이어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부분이 많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해운 구미공장장은 “30년이 넘게 연구를 했다는 것은 한 회사가 운명을 건 것”이라며 “이번 소송이 잘 끝나 우리 국군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방탄복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큰 손 美 투자 엿보니 "국민연금 엔비디아 사고vs KIC 팔았다"[韓美 큰손 보고서]②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 유출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 부과
  • 강형욱, 입장 발표 없었다…PC 다 뺀 보듬컴퍼니, 폐업 수순?
  •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아이스크림은?…매출액 1위 공개 [그래픽 스토리]
  • 항암제·치매약도 아닌데 시총 600兆…‘GLP-1’ 뭐길래
  • 금사과도, 무더위도, 항공기 비상착륙도…모두 '이상기후' 영향이라고? [이슈크래커]
  • "딱 기다려" 블리자드, 연내 '디아4·WoW 확장팩' 출시 앞두고 폭풍 업데이트 행보 [게임톡톡]
  • '음주 뺑소니' 김호중, 24일 영장심사…'강행' 외친 공연 계획 무너지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5,992,000
    • -0.18%
    • 이더리움
    • 5,236,000
    • +1.08%
    • 비트코인 캐시
    • 699,000
    • +0.36%
    • 리플
    • 729
    • -0.68%
    • 솔라나
    • 244,400
    • -1.13%
    • 에이다
    • 667
    • -0.89%
    • 이오스
    • 1,175
    • -0.51%
    • 트론
    • 164
    • -3.53%
    • 스텔라루멘
    • 153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250
    • -2.3%
    • 체인링크
    • 22,920
    • -0.39%
    • 샌드박스
    • 635
    • -0.6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