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3重苦]"눈높이 낮춰도" 베이비부머 세대 재취업 별따기

입력 2012-06-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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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 일자리 박람회 5200명 몰려…취직해도 경제활동 최대 6개월

▲2012 장년 일자리 대박람회가 4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됐다. 장년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딱 200만원만 받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는데 잘 안되네요. 마누라가 벌어온 돈을 같이 보태면 어떻게든 교육비하고 생활비가 될 것 같은데…. 큰 아이가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고 둘째는 내년에 고등학생이 돼요. 이제 다음달이면 실업급여가 끊기는데 앞으로가 막막합니다.” 지난해까지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실직한 권모(47·남)씨의 말이다.

주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재취업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재취업 현실은 만만하지가 않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들 중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재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가족을 부양하며 돈 쓸 곳이 많은 중·장년층의 재취업 문제는 청년실업과는 별도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재취업은 주로 중·장년층의 관심이 높다. 지난 4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아빠 힘내세요! 퇴직 장년층을 위한 박람회’에는 5200명이 넘는 50·60대 인파가 몰려 재취업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3월 LH공사에서 진행한 실버사원 선발에는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지역에 따라 최고 48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재취업률 35%…햇볕은 드는 곳에만 = 재취업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스펙은 ‘나이’다. 재취업에 실패한 원인이 나이 때문이라면 다음을 기약하기도 어렵다. 박종일(56.남)씨는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유명 가전기업에 다니다가 2년 전 퇴사했다. 그는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었는데 나이 때문에 곤란하다는 답만 들었다”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알아보고는 있지만 기대는 진작에 접었다”고 푸념했다.

21일 고용노동부의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사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이 센터를 통해 구직활동을 한 7781명 중 35.1%에 불과한 2732명만이 취직에 성공했다. 10명 중 6~7명은 높은 벽만 실감한 채 발길은 돌려야 했다. 그나마 취직자들의 평균 구직기간도 짧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취직에 성공한다고 해도 일자리의 질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따르면 베이비부머 재취업자의 종사직종은 단순노무, 서비스, 장치·기계조작, 관리자 등이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했다. 재취업 후 사무종사자는 26%에서 3.8%로 뚝 떨어진 반면 단순노무 종사자는 7.5%에서 26.1%로 크게 올랐다.

한편 일반기업 퇴직자들과 대조적으로 공무원들의 재취업률은 높게 조사됐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률은 각각 지식경제부 88%, 문화체육관광부 63%, 금융위원회 80%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립대학을 포함하면 교육공무원의 재취업률도 76%에 달한다. 일반 실직자들이 먹고사는 문제조차 막막한 것은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보이는 수치다.

◇“개인적 차원 넘어 사회적 문제 될 수도” = 일각에서는 장년층의 실업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이나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태원유 수석연구원은 “중고령자는 한 번 실직하면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이들의 실직은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침체로 이어져 사회 불안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직장인의 평균 정년퇴임 연령은 53세다. 45세부터 55세 사이 경제활동인구는 650만명 가량이다. 기대수명이 높아진 것을 감안해 계산해볼 때 이들은 적게는 25년에서 많게는 40년까지도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도 통상 60세 이후다. 재취업 없이는 도저히 생계를 꾸릴 수 없는 기간이다.

이들 대부분은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태 연구원은 “10년 이상 더 일할 수 있는 40~50대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인 손실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라며 “여기에 이들 중 일부가 실업 기간이 길어져 빈곤계층으로 전락한다면 여기에 들어가는 복지재정 부담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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