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세계 명문재벌, 경영은 전문인에게…주식은 공익재단서 위탁 관리

입력 2012-03-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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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가 경영법

▲(왼쪽부터) 스웨덴 발렌베리家, 독일 지멘스家, 프랑스 미쉐린家.
큰 부자가되기 위해서는 부(富)와 덕(德)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돈이 아닌 노동의 본질에 집중하고 부를 축적의 도구가 아닌 나눔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

100여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세계적 명문 재벌들의 경우 가족들의 주식을 공익재단에 위탁관리해 오너의 사유화를 사전에 차단하고 전문경영인을 등용함으로써를 기업가치 제고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명문재벌들은 그 나라 국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가족주의’가 강한 우리사회에서 가업의 승계는 장자(長子)가 물려받았다. 맨 바닥에서 시작한 1950~1970년대 1세 경영을 지나 부흥을 꿈꾸던 1980~2000년대 2세 경영까지 가족들의 오너경영 아무 문제 없이 흘러갔다. 오히려 한국 경제부국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그러나 2000년 이후 3세 경영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상속 세금과 다수의 이해관계인을 피해 축적된 부를 장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물려주기 위해서 각종 편법이 동원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그들을 존경하지 않는 이유다.

최근 한국기업들은 탁월한 기술력을 통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기술력이 몇몇 개인들의 재능에 의존한 반짝 이슈가 아닌 기업의 진정한 중장기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투명·책임경영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제는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기업들의 재편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당면과제로떠오르고 있다.

욕심으로 점철된 세습의 고리를 끊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세계 명문가문들의 부의 되물림 과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전문 경영인 등용

해외 명문가들은 가족경영의 전통에서 벗어나 전문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가족경영 기업의 전통과 창업 정신을 잇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의 발빠른 트렌드 변화를 쫓는 데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웨덴 최대 재벌 발렌베리그룹이다. 발렌베리가 소유의 발렌베리그룹은 북유럽 최대의 대기업으로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일릭트로룩스, 에릭손, 사브, ABB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창업주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 이후 150년간 5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발렌베리그룹의 지주사인 인베스터와 SEB만 마르쿠스 가문이 경영을 하고 나머지 자회사는 모두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 1990년대 말에는 발렌베리가 출신이 아닌 일반 CEO가 인베스터 회장직에 오르는 등 재능이 있는 전문경영인을 중용한다.

발렌베리의 자회사 중 어느 곳도 ‘발렌베리’를 상품명으로도, 상호로도 쓰지 않는다. 그만큼 독립적인 경영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소유는 하되 지배하지는 않는다’라는 발렌베리가의 가풍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독일의 지멘스도 마찬가지다. 지멘스는 1847년 베르너 폰 지멘스가 설립해 현재 5대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지멘스 가문은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지멘스는 일상적인 경영을 전문 경영인들의 경영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 경영이사회를 통제하는 최고 의사 기구로 감독 이사회를 두고 있다. 현재 감독 이사회 이사 20명 가운데 단 1명 만이 지멘스 가문 출신이다.

1981년 피터 폰 지멘스가 감독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사실상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피터 폰 지멘스 취임 이전 10년간의 시기도 지멘스는 전문 경영인 체제였다. 가족경영에서 전문경영체제를 번갈아 시도하다 결국 전문경영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쉐린의 미쉐린 가문은 파트너십 경영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미쉐린은 오너와 2~3명의 경영 파트너가 회장단을 구성해 회사를 운영한다.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을 막기 위한 장치다. 경영파트너는 미쉐린 일가만큼 확실한 신분 보장과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은퇴한 경영 파트너 르네 진그라프도 20년 동안 경영파트너로서 오너 일가와 보조를 맞췄다. 대신 감독위원회를 모두 외부인사로 채워 경영 파트너를 견제하는 구조다.

현재 미쉘린가의 4대 경영인으로 미셸 롤리에 회장과 장 도미니크 세나르, 디디에 미라통 등 2명의 경영 파트너가 함께 회장단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미셸 롤리에 회장이 은퇴하고 장 도미니크 세나르 대표가 회장에 취임키로 하면서 미쉐린 가문도 경영 일선에서 퇴장하게 됐다.

◇가족주식 위탁관리

세계명문 재벌의 또하나 특징은 가족주식을 개인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아닌 전문 신탁회사에 위탁한다는 점이다. 가업승계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이 주식과 관련해 ‘오너리스크’, ‘총수리스크'’ 시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발렌베리가의 주식은 1916년 SEB에서 분리된 투자회사인베스터가 보유한다. 크누트 앤드 앨리스 발렌베리 재단, 마리앤느 앤드 마르쿠스 발렌베리 재단, 마르쿠스 앤드 아말리아 발렌베리 재단 등이 인베스터 의결권의 52.9%를 나눠갖고 있다.

각 기업은 이익을 인베스터에 배당되며 이 돈은 최종적으로 4개 공익재단으로 귀속돼 교육 연구개발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곳에 쓰인다. 발렌베리가 사람들은 계열 기업, 재단에 재직하면서 급여를 받을 뿐이다.

독일의 지멘스가 역시 180명에 달하는 지멘스 가족지분을 ‘지멘스VSV’라는 신탁회사가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본인 소유의 주식일지라도 임의적으로 유용할 수 없는 구조다.

경영인 자리에 오르면 아무리 오너일가일지라도 스톡옵션이나 보수를 일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프랑스 미쉐린은 최고경영진은 오너 단독이나 2, 3명의 매니징 파트너(경영 파트너)로 이뤄지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매니진 파트너는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는 대신 다른 임원들처럼 이사 보수나 스톡옵션,퇴직금 등 부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흑자를 낼 때만 일부 이익을 나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일에 매진할 수 있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또한 이러한 지배구조는 외부로부터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쉽게 휘말리지 않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축적된 부는 가문의 양명(揚名)과 더불어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 투명경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발렌베리가는 소유기업들이 거둔 성과를 지주회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공익재단인 발렌베리 재단에 집중시키고 있다. 경영권 세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킬 뿐만아니라 경영성과의 사회 환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연스럽게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코닝가 역시 회사의 발전은 비단 경영인만의 몫이 아닌 지역 전체의 노력이라고 평가한다. 의사 결정권자인 코닝 경영위원회의 정기적인 의결을 통해 기부규모가 정해진다. 오너의 정신을 이어받아 전 직원도 이같은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금까지 코닝이 코닝시에 기부한 금액만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최근에는 이런 사회공헌 문화를 미국뿐 아니라 코닝이 진출한 한국 대만 일본 등지로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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