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시련의 계절' 탈출구가 없다

입력 2012-02-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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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리기·이란 리스크·불황 장기화·오너리스크…6중고에 허덕

▲대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길어지는 경기침체 △이란 사태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 △정치권 포퓰리즘 공세 △오너 리스크 등 6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대기업들이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지난 1월 열린 새해 첫 전경련 회장단 회의 모습.
재계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각종 경제지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부와 정치계가 노골적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란 리스크’를 중심으로 한 국제관계의 불확실성 역시 재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재계 오너들에 대한 검찰의 사정 칼날도 몰아 치면서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길어지는 경기침체 △이란 사태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 △정치권 포퓰리즘 공세 △오너 리스크 등 6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 이란 사태 악영향 우려= 유럽경제는 지금 재정난으로 파산직전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더블 딥’공포에 휩싸여 있다. 연구기관들은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의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세계 각국에서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 월풀과 같이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선진국 기업이 삼성·LG전자 등 국내 기업에 적극적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인도·터키 등 신흥 개도국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규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이란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은 ‘비상’이다.

원유 수입 일정 부분을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정유업계는 물론, 항공·해운 업종 등도 유가 상승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자·자동차 분야 업체들도 이번 사태가 교역 전면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란에 각각 지점과 현지 에이전시를 두고, TV와 가전, 휴대폰 등 대부분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휴대폰은 양 사 합해 이란 시장 전체의 약 3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한 해 판매 전략을 다시 수정해야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이스라엘 현지 케이블TV 업체 HOT가 이란에서 진행한 갤럭시탭 광고 때문에 설상가상이다. HOT가 삼성의 갤럭시탭을 광고하면서 이란 핵시설이 폭파되는 내용을 희화화하는 바람에 이란 국회가 삼성 제품의 수입 금지를 검토하는 등 이란 내 반 삼성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3일 공식 성명을 통해 “광고는 삼성의 사전인지나 참여 없이 HOT사가 독립적으로 별도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태가 누그러지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진퇴양난이다. 미국이 국산 자동차의 주요 시장이므로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 내 판매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제재에 적극 나서면 이란에서 수익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동 지역에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4개월 연속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내타내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 2월 전망치는 91.0으로 4개월 연속 기준치 100이하를 나타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긍정적인 전망이 많고 낮으면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유로존 9개 나라의 신용등급 강등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갈등, 내수 경기 둔화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단기차입금 의존도 상승과 원리금 상환능력 감소 등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향후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포퓰리즘 공세… 오너리스크도 골머리= 최근 삼성과 롯데 등 대기업들은 잇따라 빵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담합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할 것임을 밝혔다. 또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은 일부 사업에 대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자고 일어나면 나오는 정부의 강도높은 압박에 대기업들이 두 손을 든 것이다. 재벌에 대한 질타는 역대 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재현된 이슈다. 정치권이 흠잡을 수 없게끔 투명경영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기 반성도 있지만 ‘털어서 먼지 안나는 것 없다’는 하소연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한 재벌세와 출총제, 순환출자 규제와 같은 현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기업 한 임원은 “대기업들은 해외 업체와 치열한 글로벌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난무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 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정치권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오너에 대한 검찰의 사정바람까지 불어오면서 속수무책이다.

검찰은 지난 연말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특히 ㈜한화는 지난 3일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계획을 공시하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이틀 만에 실질심사 제외 판정이 나오면서 한숨을 돌렸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은 대기업 오너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혐의는 배임 및 횡령이다. 개인 이익을 위해 회사 계열사나 주주들에게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들 한 임원은 “대기업들은 국민들의 큰 관심과 정부의 감시·견제 속에서 비교적 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고, 일자리 늘리기와 사회적기업 운영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훨씬 더 크게 부각되며 ‘대기업=나쁜기업’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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