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2등의 반란]약가인하 폭탄…'녹십자'는 표정관리

입력 2012-0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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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매출 100억 감소 '1위 불안'…녹십자는 백신·혈액제제 높아 안전

올해 제약업계 기상도는 한마디로 안갯속이다. 오는 4월 일괄 약가인하 시행으로 제약업계는 약 1조 7000억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여기에 리베이트 단속 강화 등으로 올해 영업환경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품목·인력 구조조정은 물론, 일부 중소제약사들의 퇴출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그야말로 적자생존을 위한 피나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정부의 새 약가정책은 제약업계 상위권 순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 체감도가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특허만료 오리지널과 복제의약품 가격이 53.55% 수준으로 일괄 인하돼 이들의 비중이 높은 곳일수록 매출 감소폭이 크다. 반면 백신·수액제 등 필수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위주의 업체들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약가인하 영향 적은 녹십자, 1위 바싹 추격 =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인하제도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각 제약사별로는 최대 20% 가량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회계법인 태영이 내놓은 약가인하에 따른 재무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의 경우에도 내년에만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2등 녹십자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약가인하의 폭탄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태영은 내년 녹십자의 매출감소 폭이 5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역시 올해 약가인하의 타격이 가장 적은 제약사로 녹십자를 꼽고 있다. 백신과 혈액제제의 매출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일괄약가인하의 영향권에서 안전한 것이다. 약가인하 폭탄을 함께 걱정하면서도 표정관리를 해야 할 정도다. 녹십자는 올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6.4% 증가한 1910억원이 예상돼 7.7%의 성장률로 2287억원을 기록한 동아제약의 뒤를 바싹 쫓고 있다.

녹십자는 올해 역시 매출 순위 2위를 굳히며 제약업계 선두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2010년에 비해 수치 상으로는 매출액이 줄었지만 신종플루 백신의 일회성 매출을 제외할 경우 약 17%의 성장률을 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녹십자의 4분기 매출 고성장은 혈액제제 부문에서 주력제품인 알부민과 헤파빅, 혈우병치료제 등의 판매호조와 신규수출 확대로 지난해에 비해 35%이상 매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데 그 배경이 있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올해 녹십자의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5.1% 늘어난 8904억원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녹십자는 최근 식약청으로부터 세계 두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희귀질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연간 11%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세계시장 규모는 현재 약 5000억 원에서 수년 내 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은 “헌터라제를 미국, 유럽, 중국 거대 시장과 이머징마켓 등에서 글로벌 품목으로 육성시켜 나갈 것”이라며 “전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해 연매출 5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녹십자는 백신·혈액제제 이외에도 희귀의약품 같은 독자적인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오는 2020년 국내 매출 2조원, 해외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매출감소 불가피…상위권 경쟁도 치열 = 약가인하 파고는 1, 2위권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제약업계의 화두가 성장이 아닌 생존이 된 현실에서 10위 내 상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일괄 약가인하 후 제약업계는 영업환경 악화로 제네릭 중심의 영세 제약사는 도태되고 대형업체의 과점화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 내다봤다.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감소는 제약업계 상위권의 순위 변동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태영 자료에 따르면 업체별로는 내년 종근당이 가장 많은 1496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다. 권경배 태영 이사는 “대웅제약, 종근당, JW중외제약 등 상위제약사들의 매출 손실 예상액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돼 3년 내 도산하는 10대 제약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변수는 또 있다. 약가인하로 고가의 복제약을 많이 보유한 업체일수록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에 따라 다국적제약사의 고가 오리지널 품목이나 일반약 비중이 큰 곳들이 유리할 고지를 점할 것이란 관측이다.

대표적인 곳이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에서 도입한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등을 포함한 상품 매출 증대로 지난해 3% 성장한 6700억원대(추정치)의 매출을 기록, 상위권을 굳건히 지켜냈다.

수출 비중이 높은(전체 매출의 40% 차지) LG생명과학도 상대적으로 높은 실적 증가세로 업계 순위 변동에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3706억원의 매출을 올린 LG생명과학은 상위 제약사 중 유일하게 10%라는 두자리 성장률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또 올해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약 제품군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등의 신제품 출시와 수출 확대를 통해 올해 약가인하로 예상되는 4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동아제약, 44년 1위 아성 지킨다 = “약가인하로 올해 1000억정도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지만 내년에도 10%의 성장을 이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

지난해 말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은 자사 3호신약‘모티리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올해 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 1967년부터 지켜온 업계 선두주자의 아성을 굳건히 다져나가겠다는 각오다.

동아제약은 자체개발 신약, 일반약, 진단시약 부문에서 손실을 보완한다면 올해 10% 내외의 매출 신장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400억 이상 매출을 기록한 초대형 품목인 박카스는 올해도 1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여기에 GSK·바이엘과 코프로모션 효과로 약 800억원대의 실적 상승도 기대된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의약외품 전환에 따른 약국외 판매 개시와 2012년 각종 선거에 따라 박카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늘어난 1702억원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일본 메이지사와 바이오의약품 제조설비 공동 투자 및 바이오시밀러 공동개발을 통한 수출증대로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할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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