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2등의 반란]고객참여·차별화 전략…’꼴찌’가 날았다

입력 2012-01-05 09:31 수정 2012-01-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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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꼬꼬면, 소비자 아이디어 제품에 반영…백색국물 라면시장 돌풍 주역

지난해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 압박과 각종 규제 속에서도 유난히 대박난 제품들이 많았다. 대부분 라면과 커피믹스 등 레드오션에서 이뤄낸 성과로 시장에서는 신규 브랜드의 반란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는다. 대표적으로 라면시장 꼴찌였던 한국야쿠르트가 꼬꼬면 하나로 라면 트렌드를 바꿔버렸는가 하면, 커피믹스의 차별화를 시도해 단숨에 2위에 오른 남양유업이 좋은 예다. 그들이 시장을 뒤흔들며 성공공식을 써내려갈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시장조사와 고객들과의 소통이다.

▲최근 열린 꼬꼬면 요리대회에서 방송인 이경규씨가 대상 수상자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난 꼬꼬면을 오프라인에서는 요리대회를 통해 고객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꼬꼬면은 고객참여형 마케팅의 성공작 = 한국야쿠르트(현재 팔도)의 꼬꼬면은 지난해 꼴찌의 반란을 주도했던 제품이다. 출시 5개월만에 4000만개에 육박했고, 대형마트 라면판매 순위(5입 묶음 기준)에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라면시장 점유율 4위에 머물렀던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꼬꼬면 하나 덕분에 오뚜기를 제치고 3위에 올라섰을 정도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꼬꼬면의 돌풍을 한마디로 ‘고객 참여형 마케팅’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 고객만족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1·2 세대 마케팅을 뛰어넘어 소비자를 기업 내부로 끌어들여 ‘능동적 파트너’로 만들어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김동원 교수(덕성여대 경영학부)는 “꼬꼬면은 제품의 퀄리티와 브랜드, 고객 만족도 등을 중요시하는 마케팅 1.0과 2.0 시대를 한꺼번에 뛰어넘어 고객이 해당 제품의 레시피 등을 발전시키고 토론하는 고객참여형 마케팅 3.0의 진수를 보여줬다”며 “소비자들을 기업 내부로 끌어들여 꼬꼬면 제품 출시 전부터 고객들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꼬꼬면은 탄생부터 소비자와 함께 했다. 꼬꼬면은 출시 전 TV 예능프로그램 요리대회에 방송인 이경규씨가 직접 참여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씨의 레시피대로 라면을 만들어 봤다는 글이 SNS에 올라왔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야쿠르트가 발빠르게 제품화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은 꼬꼬면을 ‘득템’ 하고 시식하고, 개발 이후 물의 양까지 SNS를 통해 공유했다”며 “자신들이 개발에 참여한 것처럼 아이디어를 내고 또 서로의 레시피를 비교하면서 기업이 내놓은 상품을 자신들의 이야기인 양 정보를 교환했다”고 성공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제품이 나온 이후에도 라면을 끓일 때 물의 공식 권장량을 소비자들의 권고대로 550㎖에서 500㎖로 바꾸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맛에 대한 ‘서로의 소통’을 회사측이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꼬꼬면이 이제 반란의 중심에서 라면시장 주류로 완전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붉은 국물 베이스의 라면에서 완전히 트렌드를 바꾸려면 후발주자들의 계속 시장에 쏟아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달았다.

김 교수는 “새로운 트렌드로 시장을 이끌었다면 이제 그 트렌드를 받쳐줄 경쟁사들의 제품이 필요하다”며 “백색국물 시장이 커지면 꼬꼬면은 리딩 브랜드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웅 남양유업 대표가 프렌치카페믹스 출시직후 직접 고객들을 만나 시음행사를 벌이고 있다.
◇차별화·틈새 마케팅의 성공 = 꼬꼬면이 새로운 트렌드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반란에 성공했다면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믹스는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커피믹스 시장에서 출시 1년만에 거대 글로벌 기업 두 곳에 위협을 가할 존재가 됐다. 커피믹스 시장을 8: 2로 양분했던 동서식품과 네슬레의 틈바구니를 헤치고 단숨에 시장점유율 2위에 등극한 것이다.

분유회사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시장 진출에 대해 업계에서는 출시 초기 성공 보다는 실패 가능성을 높게 봤다. 주요 판매처인 대형마트 입점까지도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또한 25년간 구수하면서 달달한 커피믹스에 입맛이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쉽게 바꾸기 함들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양강체제의 틈새를 보았고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면 2위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김 대표는 시장조사 결과 가능성을 높게 봤고 CEO직을 걸고 홍원식 회장을 설득해 커피믹스 사업을 시작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A대형마트에서 남양의 프렌치카페믹스는 지난해 12월 현재 22.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동서식품이 73.9%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80%대에서 조금씩 내리막을 타고 있고, 2위였던 네슬레(테이스터스 초이스)는 3.6%로 수직낙하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기존의 경쟁자들이 놓치고 있었던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 틈새 공략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존의 커피믹스 제품들이 한결같이 ‘원두의 맛과 향’ 만을 강조한 것과 달리, 커피믹스의 또 다른 구성요소인 크리머에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진짜 우유를 넣어 ‘크리머가 다른 커피’ 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온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전략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성장경 전무는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2년이 넘는 시장조사 기간을 거쳤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커피믹스에서 무엇보다 ‘크리머’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냈다”고 말했다.

남양의 마케팅 차별화는 광고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프렌치카페카페믹스’ 회사명, 제품명을 모두 숨긴 채 오직 모델의 몸통과 다리만 노출된 상태에서 ‘커피는 좋지만, 프림은 걱정된다?’ 는 카피가 부각된 티저광고는 소비자에게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티저 광고 방영 후 한 달,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최대에 달한 시점에서 제품을 출시한 이후에야 남양유업은 ‘김태희’, ‘강동원’ 두 톱모델을 기용한 광고를 온전히 공개했다. 공개된 광고는 감각적인 영상과 ‘프림속 카제인나트륨을 뺐다’ 는 카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은 차별화 전략의 성공으로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판매고가 성장한 ‘프렌치카페카페믹스’ 는 지난 해 6월, 대형마트 기준 11.3%의 판매 점유율로 처음으로 한국네슬레를 제치고 국내 커피믹스 시장 2위에 오른 뒤 지속적인 매출 신장으로 보이며 1위 동서식품을 추격, 지난 11월에는 판매 점유율이 18%를 넘어서며 3위 네슬레와의 격차가 10% 이상 벌어지는 등 2위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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