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학력 인플레와 고졸 채용

입력 2011-12-19 11:29 수정 2011-12-21 16:4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연말이 되면 대기업들이 인사를 한다. 특히 삼성그룹 인사는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을 적용했다고 한다.

삼성그룹 인사에서 눈에 띄는 사람은 ‘삼성 곳간지기’ 김인주 사장의 컴백 이다. 이건희 회장의 맏사위 임우재 전무의 부사장 승진도 관심을 끈다.

그러나 두 사람보다 더 관심을 끄는 인물이 있다. 부장 승진 3년만에 상무로 승진한‘고졸’ 출신 김주년 상무다. 김 상무는 애플 아이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갤럭시에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학벌, 연공서열을 배제하고 철저한 성과위주 인사원칙을 지켜 온 삼성다운 인사 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기업들의 신규 채용에 ‘고졸’ 바람이 불고 있다. 30대그룹은 올 들어 고졸 채용 비율을 13%나 늘렸다고 한다. 대기업들은 생산직 고졸 직원들도 임원 승진이 가능하도록 고졸 출신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내년 경제정책 운영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신규채용 인원 1만4000명 중 20%를 고졸 출신으로 뽑겠다고 한다. 올해 3.4%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정부는 또 오는 2017년 까지 고졸 채용비율을 40% 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기업들의 고졸채용 확대 의지 때문일까, 고교 졸업생들이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실시한 고졸 사무직 공채에 110명 모집에 3200명이 지원해 무려 32: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특히 수능 1.7등급 학생이 중앙대 수시합격 했지만 대우조선 입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학교 선생님 등 주위의 만류가 많았지만 대학에서 4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입사해 실무를 익히는 것이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뿌리 깊은 학벌주의 사회에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학벌주의 폐단이 사회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못가면 큰일 나는’ 국민적 정서가 강하다 보니, 자녀교육에 부담을 느낀 부모세대들이 출산을 꺼려 저출산 고령화의 사회 문제를 초래했다.

사교육 없이 대학을 보낼 수 없는 교육 여건속에서 부모세대들은 출산을 포기한 것이다. 한국사회의 학벌주의는 저출산 문제를 비롯해 학력 인플레, 청년실업, 소득불균형, 부의 세습 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계층간 갈등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국가 경쟁력을 약화 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나도 상고출신” 이라며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 고졸 채용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학력중시 풍조는 다른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교육열을 조성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학력 인플레 등 더 많은 사회 문제를 낳았다.

80%가 넘는 대학진학률을 진정시키고 고학력 실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평한 기회 제공과 성과에 따른 평가가 이뤄지는 사회시스템과 인식이 바꿔져야 한다.

겉으로는 똑같은 대우를 해준다고 하지만 엄연히 보이지 않는 차별인 유리천장 (glass ceiling)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질 낮은 학력 인플레는 개선되지 않는다.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고졸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 형태로 채용돼 낮은 임금을 받는 차별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고졸채용 바람은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날 것 이다.

최근 기업들이 고졸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고졸 학력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55%를 넘는다 는 설문 결과는 우리사회의 학력 차별이 얼마나 뿌리 깊은 지 알 수 있다.

삼성생명 박근희 사장이 모교를 찾아가 “난 금관리 촌놈에 청주상고, 청주대학 나왔다” 며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대학 후배들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고졸, 지방대 출신의 성공 스토리가 새삼스런 일이 아닐 때 우리 사회는 학력 인플레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아이스크림은?…매출액 1위 공개 [그래픽 스토리]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 유출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 부과
  • 강형욱, 입장 발표 없었다…PC 다 뺀 보듬컴퍼니, 폐업 수순?
  • 큰 손 美 투자 엿보니, "국민연금 엔비디아 사고 vs KIC 팔았다”[韓美 큰손 보고서]②
  • 항암제·치매약도 아닌데 시총 600兆…‘GLP-1’ 뭐길래
  • 금사과도, 무더위도, 항공기 비상착륙도…모두 '이상기후' 영향이라고? [이슈크래커]
  • "딱 기다려" 블리자드, 연내 '디아4·WoW 확장팩' 출시 앞두고 폭풍 업데이트 행보 [게임톡톡]
  • '음주 뺑소니' 김호중, 24일 영장심사…'강행' 외친 공연 계획 무너지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687,000
    • -1.94%
    • 이더리움
    • 5,313,000
    • +3.04%
    • 비트코인 캐시
    • 681,000
    • -2.01%
    • 리플
    • 736
    • +0%
    • 솔라나
    • 240,000
    • -3.42%
    • 에이다
    • 653
    • -1.8%
    • 이오스
    • 1,150
    • -2.13%
    • 트론
    • 161
    • -3.59%
    • 스텔라루멘
    • 150
    • -1.96%
    • 비트코인에스브이
    • 88,900
    • -4.15%
    • 체인링크
    • 22,320
    • -1.24%
    • 샌드박스
    • 617
    • -2.3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