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첫 중형차 '스텔라' 외국차 조립시대 "끝"

입력 2011-11-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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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달려온 한국자동차<20>]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은 잘 알려진대로 현대차 포니였다. 독창적인 고유 디자인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추진과 생산공정까지 현대차 스스로 일궈낸 의미있는 모델이었다.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핵심 부품은 일본 미쓰비시의 기술을 들여왔으나 단순한 조립생산을 벗어난 획기적인 시도였다.

그렇다면 두 번재 고유모델은 어떤 차였을까. 세상은 ‘첫 번째’만을 기억하지만 현대차 고위급 임원들은 여전히 두 번째 고유모델과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텔라였다.

◇스텔라, 외국모델 조립생산에 마침표 찍다=현대차 스텔라(Stellar)는 1983년 5월 처음 등장했다. 당시는 현대차가 포니에 이어 포니2도 성공하면서 자신감이 충만한 시기였다. 스텔라가 나왔던 1983년은 ‘공업합리화조치’에 따라 현대차는 소형차, 대우차는 중형차, 기아차는 상용차만을 개발 및 생산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대우차가 로얄시리즈를 앞세워 중형차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현대차는 포니2만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요즘이야 기본적인 기술력과 개발비만 충분히 지원되면 차 하나 개발 하는데 2년이면 족하다. 그러나 그 시절은 사정이 달랐다. 1978년부터 ‘Y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중형차 스텔라 개발에는 5년 동안 총 270억원에 이르는 개발비가 투입됐다.

석유파동의 여파를 벗어나고 적자에 허덕였던 당시 현대차 상황에서 270억원은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큰 결심으로 중형차 시장에 뛰어든 현대차지만 개발비는 최대한 아껴야 했다. 결국 포니2에 얹었던 1400cc 엔진을 바탕으로 차체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엔진 배기량이 포니2와 같아 ‘힘 부족’이 문제로 대두됐지만, 넉넉한 차체와 저배기량에 따른 낮은 세금은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포드와 기술제휴로 생산하던 코티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형차 개발을 더욱 부추겼다. 스텔라가 나오기 바로 직전, 현대차는 영국 포드의 코티나 시리즈 ‘마크V’ 조립을 마무리 지었다. 고유모델 중형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 이제 더 이상 남의 차를 조립해 생산하는 일은 사라지게 된 셈이다. 그렇게 스텔라는 큰 관심 속에서 출시되며 많은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우리 차이름이 시골 촌뜨기라고?”=스텔라는 포니2를 따라 수출도 병행했다. 당초 스텔라라는 차 이름이 정해졌을 때 포니를 판매하던 영국 딜러에서 난색을 표시하기도 했다.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염두에 둔 중형차 이름이 탐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스텔라’의 뜻은 ‘시골 촌뜨기 아가씨’를 의미, 영국 딜러는 다른 이름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현대차는 “우리 스텔라는 Stella가 아니고 끝에 r자가 더 붙은 ‘Stellar’다”라며 딜러를 설득했다. 스텔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별’을 의미했다.

미래지향적 스타일을 갖추고 공기역학적 개념을 적용해 출시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스텔라는 수출형인 CXL과 아펙스 등으로 차종을 다양화했다.

특히 택시용으로 절대적인 인기를 얻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내놓은 스텔라 88이후 스텔라는 단종됐다. 이후 택시만을 위해 기본형을 별도로 생산할 정도였다.

스텔라가 출시됐던 1980년대 국산차는 수출형과 내수형을 달리 만들었다. 당시 현대차는 내수형 포니2와 수출형 포니2 두 가지를 한국시장에 팔았는데 캐나다 수출형 포니2는 저속 충돌 때 앞뒤 범퍼의 복원력과 충격 흡수력을 강조하며 두툼한 범퍼를 달았다. 이른바 ‘5마일 범퍼’였다.

시속 5마일(약 16km)로 장애물에 충돌했을 때 범퍼가 충격을 흡수하고 승객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성 범퍼였다. 현대차는 캐나다 수출형을 내수시장에 포니2CX로 판매하며 고급형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스텔라 역시 CXL 버전이 등장하면서 고급버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텔라 CXL의 두툼한 앞뒤 범퍼는 작은 차를 커보이게 만들었다. 물론 비싸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소비자들은 ‘내수형 차는 안전하지 않고 수출형 차는 안전하다’라는 편견을 갖게 된 것. 결국 스텔라는 TV광고에서 ‘수출형과 안정성이 동일하다’는 멘트까지 추가하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가 현대차의 시작을 알렸다면 두 번째 고유모델 스텔라는 현대차의 앞길을 터준 주인공이다. 고유모델이 늘어나고 수출이 시작되면서 적자에 허덕였던 회사도 재정적인 안정을 찾았다. 결국 스텔라의 출시가 이후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는 종자돈을 벌어준 셈이다.

스텔라를 개발한 현대차 연구개발의 핵심은 마북리연구소의 김상권 전무를 포함해 미국에서 건너온 젊은 공학자 ‘이 박사’였다.

당시 정세영 현대차 회장은 연구소에 들를 때마다 ‘이 박사’라는 호칭으로 그를 격려하며 포니2의 명성을 이을 새 소형차 개발을 독려했다.

이 박사는 미쓰비시 오리온 엔진을 바탕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훗날 현대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까지 오르며 현대차 기술개발의 주역으로 이름을 남겼다. 이 박사가 바로 지난 3월까지 현대차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한 이현순 부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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