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 특별기고]과잉복지가 글로벌 경제위기 불렀다

입력 2011-10-06 12:03 수정 2011-10-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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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세계경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몇 가지 닮은 점과 차이점이 공존한다. 우선 단기간 내에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삽시간에 실물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 또한 한 국가의 경제위기가 전세계로 파급되어 지구촌 시대를 실감케 한다.

다른 점은 첫째, 1997년의 외환위기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국가에 한정된 위기였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무역과 외환거래가 일시에 중단된 위기였다. 그러나 지금 유럽발 경제위기는 그리스 등 일부 국가에서 출발, 스페인, 이태리를 넘어 빠른 속도로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둘째, 위기의 원인도 상이하다. 1997년 외환위기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경직된 외환정책과 실물 분야의 과잉투자가 원인이었다면 2008년 금융위기는 부동산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일으키려는 과잉정책이 빚은 결과였다. 반면, 현재의 위기는 과잉 복지가 가져온 과도한 국가부채가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한데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셋째, 위기극복 처방도 달랐다. 아시아 금융위기는 IMF 등이 소방수로 나서면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진화할 수 있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는 국제금융기구들만으로는 손을 쓸 수 없어 결국 G20 국가들의 공조와 발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권력의 과도한 개입이 결국 시장경제 왜곡을 초래, 유럽발 위기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그리스의 경우 GDP의 150%에 이르는 국가부채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었으며 일본도 GDP의 두 배에 달하는 국가채무로 국가신용등급을 강등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몇 차례의 경제위기가 주는 교훈은 우리 스스로의 잘못으로 위기가 올 수도 있으나 우리의 의지나 행동과는 관계없는 글로벌 위기가 곧 우리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GDP중 80% 이상을 해외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인은 무역거래와 금융, 주식시장이 하나로 연계된 지구촌에 살고 있다. 2001년 중국의 주룽지 총리는 중국경제에 한가지 어려움이 있다면 ‘미국경제의 다운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출의 1/5을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1조 달러가 넘는 美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경제의 위기는 바로 중국의 위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도 유럽 경제위기 이후 기업들의 수주가 줄고 무역흑자가 급감하고 있다.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우리 경제의 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은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기업들은 알토란같은 계열기업을 정리하고 확대중심의 경영 패러다임을 핵심역량 위주로 개편하는 등 혹독한 시험을 치루었다. 다행히 이때 단련된 체력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큰 원동력이 되었으며, 무역과 외환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해서 안 될 일은 위기를 겪은 국가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세계 각국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경쟁적으로 규제완화와 투자 인센티브 강화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나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조사에서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데 가장 주저하는 것은 노사문제이다. 우리는 지난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이어 올해 7월부터는 단위 사업장에서도 복수노조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바 새로운 제도의 정착 여부가 산업평화의 시금석이 되고 있다.

정치의 계절이 되면서 복지논쟁도 한창이다. 장기적으로 복지수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인이든 국가든 능력을 벗어난 채무는 파탄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상식이다. 젖소 10마리를 키워 10통의 우유를 수확할 수 있는 한정된 목장에서 100마리를 키우면 목초는 마르고 우유는 더 이상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새겨야 할 것이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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