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전장(戰場) 직장…당신은 어떻게 살아남겠습니까?

입력 2011-10-04 11:27 수정 2011-10-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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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생존이다. 인간이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을 가진 동물이라는 점에서 권력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전통적으로 권력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권력 다툼이 가장 치열한 곳이 정치판인 데다 가진 사람들이나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돈 혹은 정치력으로 아랫사람을 쥐락펴락하고 부조리한 힘으로 누군가를 밟고 올라설 수 있는 힘. 이것이 국어사전과 다른 권력의 정의다. 이에 대비한 사자성어도 준비돼 있다. 권불십년. 사람들은 이로써 권력의 한계를 이야기 한다.

권력은 그러나 더이상 정치판 노름 만은 아니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치열한 권력다툼의 장소는 바로 직장이다. 특히 승진이라는 개인적인 만족감과 눈에 아른거리는 처자식을 위한 대의적인 명분을 위해서라도 보이지 않는 권력의 싸움에서 승리의 트로피를 거머쥐고 싶은 것이 직장인의 본능이다.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 )’는 햄릿 만이 아닌 21세기 모든 직장인들의 문제다.

◇직장인들에게 권력이란...

명절이 다가올 때면 선물 행렬이 끊임없다. 선물을 받는 주인공은 대기업 간부. 고속도로를 달리 듯 일사천리로 승진하는 명민한 두뇌의 소유자, 혹은 그냥 사장 아들. 이들에게는 언제나 사람과 선물이 줄을 잇는다. 선물은 나의 혹은 남편의 앞날을 좌지우지 할 권력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구애다. 계획적이지만 자연스럽다.

쥐도 새도 모르는 선물공세, 회식자리에서의 알랑방귀. 직장인들은 권력자와의 인맥을 다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직장은 총알 없는 전장이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권력을 얻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가장 중요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외 기업에 재직하는 361명의 직장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권력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 응답자의 25.8%가 인맥을 꼽았다.

특히 승진이나 부서 이동 시에 뒷방 신세를 면하려면 든든하고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는 필수다.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만 있다면 넋 놓고 있다가 윗선으로부터 외면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많은 직장인들이 인맥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응답자의 또 다른 25.5%는 업무 능력 및 전문성도 권력을 얻는 필수 장치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이 권력에 업무능력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는 실제로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만큼의 능력을 갖고 회사라는 거대 조직을 진두지휘하고 있어서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권력자가 실력이 있다고 답했다. 49.6%가 실력이 있는 편이라고 믿었고 24.4%는 실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스마트한 업무 능력은 때때로 발목을 잡는다.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권력의 기술’에서 이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대형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젊고 재능 있는 관리자 필은 까다로운 IT 구현 프로젝트를 주어진 예산 내에서 정해진 날짜에 차질 없이 해 내는 뛰어난 수완을 가지고 있다. 그의 직속 상사는 필 덕에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에 상사는 필에게 성과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필은 부서로 옮겨 더 많은 경험을 쌓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같은 속내를 상사에게 털어놓자 상사의 대답은 이러했다. “자네는 보내줄 수 없네. 자네가 내 일을 너무 잘해주기 때문일세.”

이처럼 탁월한 업무 실적이 승진과 권력지향을 보장하기는 커녕 오히려 불리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출처=잡코리아

직장 생활의 첫 발을 어느 부서에서 시작하느냐도 권력의 향방을 바꾼다. 즉 ‘어디에서 시작하느냐’는 문제는 얼마나 높은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제프리 페퍼 교수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대학의 두 캠퍼스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과의 영향력 정도에 따라 교수들의 호봉이 올라가는 속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힘 있는 학과에 몸담는 교수들의 급여는 다른 교수들보다 더 빨리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출세 코스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직장의 모든 부서가 권력의 중심이 될 수 없는 법. 직장인들은 승진이 가장 쉬운 부서로 기획직(22.2%)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총무와 인사(21.7%)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생산직과 기술직, 연구개발, 디자인과 관련한 부서는 승진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직장인들은 평가했다.

탄탄대로에 걸맞는 부서는 따로 있으니 그 부서에 속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권력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권력’으로 향하는 길

단 두 사람만 있어도 권력은 존재한다.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조직에서 권력을 얻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조직의 유지는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현실. 출세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이유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당신을 걸고 권력을 추구하라”라며 권력을 위해 야망, 에너지, 초점, 자기이해와 반성, 자신감, 공감적 이해, 갈등을 인정하는 능력 등 7가지 자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내 유명 방송사에 다니는 이재호(32) 씨는 “로열 라인이 아닌 일반적인 직장인으로써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뛰어난 실력과 인맥을 갖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며 “그러나 이같은 생각에 짓눌려 아랫사람의 성과를 자신의 성과인 것처럼 만들고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 하는 꼴불견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질을 중심으로 얼마나 정당하고 현명한 방법으로 권력지향적인 길을 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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