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이대로 안된다]①은행의 비극…세계화 실패

입력 2011-07-25 10:53 수정 2011-07-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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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대 은행, 말聯 13개·태국 11개인데…한국 9곳 ‘우물안 개구리’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해외 금융전문지 ‘더 뱅커’ 7월호에 수록된 ‘세계 1000대 은행 순위’(기본자본 기준)를 인용, 우리금융지주가 국내 은행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농협,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외환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도 세계 1000대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같은 성적의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국내은행이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국내 1등은행을 차지한 우리금융은 세계 72위에 머물렀으며 KB금융도 74위에 그쳤다. 세계 정상은 커녕 50위권 은행 조차 없었다.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서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보다 국내은행이 적어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지만 정작 세계에선 ‘오십보 백보’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계 1000대 은행에 국내은행 ‘9곳’ 불과= 최근 몇년간 국내 은행산업의 화두는 해외에서의 경쟁을 통한 역량 확보였다. 국내 시장만 나눠 갖는 방식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는 만큼 스스로 세계적인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이머징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1000대 은행의 경영실적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1000대 은행에 우리나라는 9개 은행이 포함됐다. 반면 아시아지역에서 세계 1000대 은행에 포함된 곳은 총 350개로 지난해보다 25개 증가했으며 일본이 103개, 중국 101개, 인도 23개 순이었다. 말레이시아(13개), 태국(11개), 호주(10개), 필리핀(10개) 등도 우리나라보다 많은 수의 은행이 순위 안에 포함됐다.

특히 세계 1000대 은행에 신규 진입한 은행 수가 중국 17개, 일본 3개, 말레이시아 3개, 호주·인도네시아·베트남 각 2개 등 이머징 국가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말레이시아나 태국, 필리핀 조차 더 많은 은행이 순위에 포함된 것은 규모와 경쟁력에서 국내 은행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세계 25대 은행에는 명함조차 내지 못했다. 세계 25대 은행에 포함된 국가별 은행 수는 미국이 6개로 가장 많았고 영국, 일본, 중국 각 4개, 프랑스3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각 1개 순이었다.

◇신흥국 성장…국내 은행은 ‘제자리’= 우리나라 은행들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아시아 지역 은행들은 수익성 등의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국 은행들이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아시아 은행들은 자산 증가율 및 평균자본이익률에 있어 선진국 및 타 개발도상국 대비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예컨대 2010년 자산 증가율 상위 25개 은행 중 19개 은행이 아시아 지역 은행이며, 평균자본이익률 상위 25개국 중 8개가 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세전이익 점유율 변화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우 2010년 기준 40.6%로 전년의 37.1%보다 3.5%포인트 올랐다. 반면 남미는 2.2%포인트 감소한 6.6%, 유럽은 6.6%포인트 하락한 24.6%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은행의 경우 세전 이익 비중이 2010년 21%로 2007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고 자산도 2010년에만 44%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그 결과, 중국은 3개의 은행이 세계 10대 은행에 진입했다. 중국공상은행은 작년 7위에서 올해에는 6위로 한단계 더 상승했으며 중국건설은행이 작년 15위에서 8위, 중국은행은 14위에서 9위로 새로 10대 은행에 포함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은행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은행 총자산 및 기본자본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에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 GDP는 독일의 3분의 1, 영국의 2분의 1 수준이지만 25대 은행은 물론 50대 은행도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글로벌 경쟁력 ‘미흡’= 세계 1000대 은행 순위도 처참하지만 국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부족한 수준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교육수준이 높고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IT)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제조업 기반도 탄탄하지만, 유독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은행의 초국적지수(TNI·전체 자산 중 해외 자산의 비중)는 3.6%에 불과해 2006년 말 이미 70%를 초과한 UBS나 도이치은행 등에 훨씬 못 미친다. HSBC(65%)나 씨티그룹(44%)과도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초국적지수가 낮다는 것은 국내 은행들이 해외지점을 설립하고 영업을 해나가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기업금융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연구위원은 이처럼 우리나라 은행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은행들이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과열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전략, 취약한 전문인력 및 단순한 수익구조 등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아직도 ‘해외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영업대상을 해외동포나 해외진출 자국기업으로 국한하게 되고, 진출방식 역시 지점 또는 현지법인 설립으로 흐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규제 강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규제 완화 및 해외진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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