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탐방] 한국예탁결제원 증권결제팀 결제제도파트

입력 2011-07-12 15:13 수정 2011-07-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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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대금 수령 빨라집니다”

주식시장은 3시에 마감된다. 그러나 결제는 평균 5시40분에야 끝났다. 국채결제 역시 평균 4시55분에 완료됐다. 심지어 지난 1년간 4시 이전에 끝난 적은 단 하루도 없다. 만성적 지연이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 증권결제시스템 전반을 개선했지만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도입된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곧 모든 것이 바뀐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결제팀 결제제도파트가 새로운 증권결제시스템을 기획·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개발을 마무리하고 이제 막 사용자 테스트를 시작했다.

윤관식 파트장은 “국제정합성에 맞게 시스템 전반을 선진화하고 결제 시한을 앞당겨 이용자들의 편의는 극대화하고 위험은 최소화하는 결제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달부터 결제 시작 시간이 4시에서 3시로 당겨진다. 증권과 대금 수령이 빨라지면 시장 참가자들은 자산관리와 운용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주식기관들은 현재 하루 평균 거래액의 64%에 해당하는 1조2000억원의 결제대금을 매일 절약할 수 있다.

11월부터는 시스템 전반이 새로워진다. 종목별로 이뤄지던 증권거래가 건별로 결제돼 장내외 연계 결제가 더 긴밀해진다. 장내국채·환매조건부채권(Repo)의 결제시점도 결제시한 이전으로 빨라져 국채는 거래일 다음날, Repo는 거래 당일에 실시간 결제된다. 장내주식 대금결제은행이 한국은행으로 바뀌면서 안정성이 높아지고, 주식기관들은 집중결제상대방(CCP)제도 덕에 대금결제 불이행 위험이 사라진다. 일중 환매조건부채권(RP)은 결제유동성이 공급되면서 결제집중현상도 해소될 전망이다.

이렇게 증권시장 전체를 변화시킬 ‘증권시장 결제제도 선진화’는 한국예탁결제원의 올해 가장 큰 사업일 뿐 아니라 관련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예탁결제원은 관련기관들과 함께 협조하며 각 부문별 세부방안을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윤관식 파트장은 “공동추진 업무가 대부분이다 보니 외부와의 회의 회수가 내부직원들끼리의 회의보다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식 회의만 2009년 20번, 2010년 30번이었다.

참여자 수가 많다는 어려움 외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한 노력도 상상 이상이다. 그는 “출장·이메일 등을 통한 주요국 제도 연구는 물론 혼자서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며 “시스템을 실제로 만들 때는 경우의 수를 상상하며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거듭한다”고 설명했다.

벌써 4년째다. 결제제도파트는 주말 출근은 물론, ‘날밤’을 새우며 일했다. 윤 파트장은 “프로젝트 진행에서는 각 과정마다의 납기일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스스로 압박을 느낀 만큼 팀원들에게도 부담을 많이 줬다”며 미안해한다.

그러나 부서 분위기는 단순히 ‘좋다’는 표현 이상이다. 지난달 변산반도로 다녀온 예탁결제원 워크샵에, 역시 일이 늦게 끝난 결제파트팀은 밤 10시 넘어 도착했다. 피곤에 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5시가 넘어서야 잠든 이유는 서로 얘기가 끊이지 않아서였다. 매일 보는 사이인데도 이렇게 오손도손한 결제제도파트를 다른 팀에서도 다들 부러워한다고. 결제제도파트는 지난해 예탁결제원 ‘최우수 부서’로 뽑히기도 했다. 턱없이 부족한 인적·물적 자원에도 늘 최고의 성과를 내는 ‘드림팀’임을 인정받은 것.

격무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렇게 한결같이 열정적이고 행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윤관식 파트장은 “나중에 ‘우리나라 증권 결제시스템을 제대로 개편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한다. 그는 “팀원들에게도 ‘젊었을 때 이렇게 중요한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며 “시간이 흘러 돌아봐도 자랑스러울 만큼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중에도 윤 파트장을 찾는 전화는 계속 걸려왔고 팀원들은 컴퓨터와 ‘물아일체’ 였다. 조금 서둘러 일어났다. 나가면서 살짝 들여다본 모니터는 엄청난 숫자들로 가득했고, 숫자들 위로 반짝이는 눈빛들이 겹쳤다.

보안 출입문을 열어주며 윤 파트장은 “저는 아시아 최고 시스템을 책임지지만, 몇 년 후 후배들은 세계 최고 시스템을 꼭 만들 것입니다” 얘기했다. 목소리가 인터뷰 때보다 유난히 컸다. 누구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지만, ‘이심전심’이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구나 싶었다.

<사진설명>

윤관식 한국예탁결제원 증권결제팀 결제제도파트장(맨 왼쪽)과 팀원들이 5일 오후 한국예탁결제원 일산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darkroom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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