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학을 반으로 줄여라

입력 2011-06-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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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산업1부장

한나라당의 요즘 처지가 딱하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꺼낸 ‘반값 등록금’ 때문이다.

대학생 아들과 앞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할 아들을 둔 학부모 입장에서야 등록금 부담을 줄여준다니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그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야당인 민주당이 적극 환영하고 나선 것도 한나라당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 하다.

대학생들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나서 반값 등록금 촉구 시위에 나섰다. 자칫 또 다른 촛불시위로 확산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물러서기가 쉽지 않게 됐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러나 대책 마련이 마땅치 않고, 부작용이 크다면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게 옳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 처럼, 국민들이 체감은 못하고 시늉만 냈다가는 더 큰 역풍을 맞을 것은 자명하다.

대신 부실 대학을 퇴출시켜 대학의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 옳다. 대학 진학의 문이 좁다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학업 의욕이 낮은 고교졸업생들의 대학진학 가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부실 대학 및 재단의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 정부로서도 구조조정의 명분을 얻지 않았는가.

차제에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하기 바란다.

우리나라 대학은 4년제와 2~3년제를 포함하면 350곳에 달한다. 갈 생각만 있으면 모두 대학에 갈 정도다.

그러나 이제는 수요가 공급을 못따른다. 4년제 비 수도권 대학 126곳 가운데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2~3년제 대학까지 포함시키면 정원미달 대학의 비중은 훨씬 클 것이다.

여기에 학령인구의 감소로 오는 2015년부터는 대학 신입생 수도 급격히 줄어들어 정원 미달 학교와 학과의 수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서둘러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설립자가 원하면 재단을 해산할 수 있고, 부채를 탕감해 주고 해산 절차에 들어가는 경비를 공제해 줘야 한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사학재단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게 출구를 마련해 준다는 차원에서다.

망국적인 교육열과 맹목적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1년에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면서도 궂이 대학을 보내려는 배경에는 고졸 출신과 대졸 출신 간 임금 격차가 큰 것도 하나의 이유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0대 청년층의 학력별 월 평균 임금은 대졸 이상이 151만3000원으로 고등학교 졸업자 133만4000원보다 17만9000원 많았다. 지난 2004년 12만3000원 이후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재직 기간이 길어질 수록 고졸자와 대졸자 이상 고학력자와의 임금 격차가 더 커진다는 점이다. 이러니 어느 부모가 등록금의 무거운 부담을 지고서라도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려고 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80%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포퓰리즘적 접근보다 고졸과 대졸 취업자들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실제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지난해 대졸 이상 실업자는 34만6000명으로 지난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대졸 이상 실업자가 2000년 23만명에서 불과 10년 만에 11만6000명이나 늘어났다. 대학을 졸업해 눈높이가 높아져 취업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부금 입학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돈만 있으면 대학도 마음대로 간다’는 식의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문제삼을 게 아니다.

돈 많은 사람에게서 기부를 받아 우수한 인재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준다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 전향적인 교육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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