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삼성’ 이건희 회장 엄한 채찍질

입력 2011-05-02 10:53 수정 2011-05-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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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2위 추격·이익률 저하에 최고 경영자 전면에 나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위기론’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이익률은 하락하고 주력 제품들에 경쟁사들의 견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의 하락이 심각하다.

이 회장이 주 2회 정기적으로 출근하기로 결정한 것도 조직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한편 경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회장이 그만큼 삼성전자의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경영복귀시 ‘지금이 진짜 위기다’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시장은 그다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을 통해 이 회장이 언급한 위기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 시장인 TV와 휴대폰에서 경쟁자들에 강한 추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TV시장 점유율(매출액기준)은 22.1%로 2위 LG전자(14.1%) 이하 경쟁자들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차세대 TV시장인 3D TV에서 소니·LG전자와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3D TV 시장 점유율(판매대수)은 삼성전자(36.2%)·소니(33.5%)·LG전자(10.6%) 순이었다.

삼성전자가 올들어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수위(首位)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 같은 전략시장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LG전자가 필름패턴편광안경(FPR)방식의 3D TV를 출시하면서 거센 도전을 하고 있다. 연초부터 삼성전자는 LG전자와 3D TV 관련해 화질·깜빡임 등 기술 방식 논쟁에서 홍보, 점유율 등 다방면에서 부딪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위를 가리기 쉽지 않은 승부로 보고 있다.

또 소니·미쓰시비·히타치 등 일본 회사들은 자사들의 안경을 'M-3DI'라는 규격으로 통일하고 3D 기능을 갖춘 캠코더와 PC도 새 규격으로 함께 개발하는 등 공동전선을 구축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휴대폰에서는 지난해 대비 1분기 들어 시장 점유율 하락세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전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노키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생산량은 7000만대를 출하해 1분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낮아진 18.8%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1.4%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4위를 기록한 애플을 비롯한 하위 업체들의 거센 반격 때문이다.

경쟁구도가 심화되면서 수익율이 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하 K-IFRS)가 존재하는 지난 2003년 이후 평균 영업이익률이 15% 수준이었지만, 올 1분기에는 8%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회장이 복귀했던 지난해 3월 이후 2분기, 3분기, 4분기 조정영업이익률은 각각 12.42%, 11.81%, 7.48%였으며 1분기도 8% 전후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 계열사에 대한 국세청의 일제 세무조사·애플과 특허 소송 분쟁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일선에 나서면서 삼성의 대처는 빠르고 적극적이다. 그는 세무조사를 기자들에게 정기적인 조사라고 일축한 바 있다. 애플이 4월 특허권 침해로 제소했을 때도 같은 달 맞소송을 걸면서 빠르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각종 사안에 대해 과감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바이오·헬스케어 등 그룹의 신성장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직접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임직원들을 직접 챙기며 어수선해질 수 있는 조직 분위기도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본관 집무실에 첫 출근 한 4월 21일에는 김순택 미래전략실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직접 본관 10층 디자인센터의 2개 부서와 1층 어린이집을 방문해 직접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가 1995년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에서 무선전화기·팩시밀리·휴대폰 등 10만대 이상의 삼성 제품들을 불태우면서 과격한 이벤트를 보였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이건희 회장은 외부노출을 꺼리는 타입의 경영자였다. 그는 이전까지 서초 사옥 집무실에서 집무를 보지 않았다. 서초사옥이 지난 2008년 11월 완공된 후 행사 참석차 한 차례 방문은 했지만 공식 출근은 없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집무는 자택과 승지원 집무실에서 했다. 삼성전자 본관이 중구 태평로에 위치했을 때도 대부분의 업무가 승지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초사옥 집무실에서 삼성전자 사장단, 28일에는 삼성전기·삼성SDI·삼성LED·삼성SDS·삼성코닝정밀소재·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단과 만났다.

외부에 경영활동이 노출되면서 국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이 회장이 현장에 나서 그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의 평가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종합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 4위에 선정됐다. 또 미국 포프스가 집계한 억만장자 105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국내 기업인 중에는 1위다. 이는 삼성그룹의 성장 만큼 오너인 이 회장의 위치를 말해주는 결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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