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컬처]객장도…투자자도… 미술에 물들다

입력 2011-04-28 09:37 수정 2011-04-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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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WM Classs 역삼역 센터

일부 공간 전시 활용 넘어 전문 갤러리도 정식 등록

큐레이터 2명 전시 기획…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구매 희망 고객 작가 연결…미술품 투자 기회도 제공

‘앗! 여기가 아닌가?’.

증권사를 찾아 왔는데 미술관에 온 듯 한 착각에 빠진다. 대우증권 WM(Wealth Management) Class 역삼역 센터에 들어서면 숫자가 아닌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역삼역 센터는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증권사 지점, 증권 거래를 할 수 있는 갤러리(Gallery)다.

◇증권사 지점을 갤러리로

대우증권 WM Class 역삼역 센터는 지난해 1월 대우증권의 강남 지역 자산관리 전문 센터로 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미술 전시 소식지 ‘서울아트가이드’에 ‘대우증권 역삼역 갤러리’란 이름으로 정식 등록했다.

금융회사 지점이 일부 공간에 사진이나 그림을 게시하는 경우는 있지만 지점을 갤러리로 등록해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사 지점을 갤러리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본사 차원의 문화 마케팅에서 비롯됐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일변도의 기존 사업구조를 종합 자산관리 방향으로 탈바꿈하면서 문화 마케팅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지점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획일적인 레이아웃을 취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위치한 지역에 맞게 특색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역삼역 센터는 주변의 역삼역, 강남역, 테헤란로 일대가 비즈니스타워 밀집 지역인데 반해 문화와 관련된 공간은 적은 편이라 객장을 갤러리로 만들어 365일 살아 숨 쉬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배진묵 WM Class 역삼역 센터장은 “단순히 투자에 대한 설명만을 위한 효율성 위주의 공간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채로운 전시와 프로그램

역삼역 갤러리는 지금까지 열네 번의 전시회를 마치고 현재 열다섯 번째 전시 ‘응웬 테 끄엉, 르엉 르 비엔-그의 생을 엿보다’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전시는 두 명의 전속 큐레이터(김동현, 강철 씨)가 기획하며 선정한 작가의 작품을 한 달 간 전시하는 기획전을 상설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갖는다. 전시를 한 작가가 관람객인 고객을 만나 작품의 의도와 창작 과정, 메시지 등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다. 지난해 10월 음악과 미술작가의 만남 행사는 새로운 시도로 호응을 얻었으며 김중만 사진전 및 설명회에는 너무 많은 고객이 몰려 난감할 정도였다.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고객은 작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센터는 VIP 고객의 월 1회 방문을 유도하는 마이크로 마케팅을 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센터에서는 매달 전시 안내 엽서를 제작해 VIP 고객에게 이메일로 발송하며 설명회 등 행사가 있을 경우 전화를 통해 안내한다.

관람 후 작품의 구매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큐레이터를 통해 작가와 연결해주는 중개 역할도 한다. 현재까지 10여점의 작품이 판매됐으며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즐기며 투자하며…고객 만족 UP

역삼역 갤러리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일단 ‘합격’이다. 일반 증권사 지점은 좀 딱딱한 느낌이 드는 데 비해 역삼역 갤러리는 전시 공간과 객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부드럽고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들 사이에는 앉아서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의자도 마련돼 있다.

거래를 하러 온 고객이 그림을 보고 좋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품을 감상하러 왔다가 거래 고객이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배진묵 센터장은 “센터에 와 보고 만족을 느낀 고객이 지인들에게 입소문을 내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방문 고객은 하루에 보통 60~70명 정도로 비즈니스존에 위치한 지점 치고 많은 편이다.

미술에 소양이 있는 고객이 전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일도 있다. 큐레이터나 지점 직원에게 작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특정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기업의 임원이나 고액자산가들은 종종 그림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다. 건물 내부에 인테리어용으로 게시하기도 하고 투자 목적으로 구매해 두기도 한다.

센터 측에서 이미 잘 알려진 대가들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 중심으로 선정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가능성이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미리 투자함으로써 투자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 센터장은 “금융시장은 갈수록 투자 대상이 다양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갤러리를 통해 고객에게 그림이라는 새로운 투자 대상을 소개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과 호흡하는 문화 공간 꿈꾸다

▲배진묵 대우증권 WM Class 역삼역 센터장
역삼역 갤러리는 ‘고객들이 편안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꿈꾼다. 배 센터장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며 “고객들이 문화적으로 성숙해지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목적한 바를 다 이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가서는 문화를 즐기고 소통하면서 투자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곳, 투자와 즐거움이 공존하는 곳으로 자리잡는 것이 역삼역 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다. 센터 측은 장기적으로 그림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면 전시회 후 경매를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신인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려는 포부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시 공간이 많지 않아 기성 작가들 위주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신진 작가들은 전시회를 열기 어려운 실정이다. 역삼역 갤러리가 정식 등록을 한다고 했을 때 미술계에서 환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배 센터장은 “앞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이나 기업들도 전시 공간을 많이 만들어서 보다 많은 신진 작가들이 전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본사에서는 역삼역 갤러리와 같은 형태의 지점을 늘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림을 전시하고 있지만 정기적이지는 않은 다른 지점에서는 역삼역 센터의 작가 초청 설명회를 부러워한다. 문화 마케팅을 시도하려는 다른 금융기관이나 기업에서 참고를 위해 둘러보러 오는 경우도 있다.

배 센터장은 “역삼역 갤러리가 고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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