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건설업계, PF사태로 신뢰관계 깨지나

입력 2011-04-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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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과 건설업계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사태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건설사를 향해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고 비난하는 반면 건설회사들은 “경영 정상화에는 관심이 없고 자금 회수에만 현안이 돼 있다”고 반박하는 형국이다.

금융권은 지난 13일 삼부토건이 4270억원 규모의 PF 대출 연장을 논의하던 중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개시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하자 경악했다. 기업회생을 신청할 거라는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948년 설립돼 1965년 3월 국내 첫 토목건축공사업면허를 취득한 삼부토건은 60년 넘게 국내외에서 토목, 건축, 주택사업을 벌여오면서 금융권과 거래를 해왔기에 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금융권은 최근 LIG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에도 “모기업이 대기업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동안 믿고 봐줬는데, 부실 계열사를 바로 법정관리로 내모는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며 분개했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이달부터 시작된 기업신용평가에서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해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대기업 계열 건설사라고 봐줬던 그간 관행도 뜯어고치기로 했다.

건설사들도 나름 할 말이 많다. 금융기관들이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데 PF 자금 회수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2013년 7월부터 PF 대출 비중을 20% 밑으로 낮춰야 하는 저축은행 등 금융권은 건설사의 PF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기업들과 금융회사들이 다 힘들어지고 있다”며 “각자 자기의 입장만 주장하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기업과 금융권 간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믿었던 기업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현재 문제의 징후가 없는 건설업체들도 일단 의심하고 보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STX그룹 계열 STX건설의 부도설이 나돌아 업체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에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직접 발벗고 나서 수백억원의 자금을 수혈해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삼부토건과 함께 서울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PF에 참여했던 동양건설산업도 워크아웃을 신청할 거라는 소문이 금융가에 돌고 있다.

금융권과 업계에서는 STX건설 외에 다른 그룹 계열사 등 건설사 3∼4곳의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르는 업체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한편 금융권과 건설업계간 불신이 깊어진 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부재 등 정책의 실패 탓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촉법 재입법을 통한 기업회생절차 재점검과 PF 신규 대출시 기업 가치 평가 강화 등을 통해 PF 부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근 불거진 은행권과 건설업계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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